[키플랫폼 AI 인사이트]자비네 파이퍼 독일 FAU 교수 인터뷰

"AI(인공지능)를 만능 해결사로 오해하지 않고, 잠재력과 내재적 한계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피지컬 AI를 통해 기존에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고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학교(FAU) 기술·노동·사회 사회학과 학과장인 자비네 파이퍼(Sabine Pfeiffer)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피지컬 AI의 도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파이퍼 교수는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로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저명한 독일의 사회학자다. 그는 기술 발전, 디지털 전환(DX) 등이 노동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독일 연방 노동부의 자문 역할을 맡아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등 독일의 국가적 의제를 설정하는 데 깊이 관여했다. 독일 바이에른 디지털 전환 연구소(BIDT)의 이사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파이퍼 교수는 정밀성이 필요한 제조업의 경우 피지컬 AI 도입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피지컬 AI가 정밀성을 갖추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할 수 있어서다. 데이터가 충분하더라도 확률적이라는 AI 특성상 100% 정확하게 작동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파이퍼 교수는 "(AI의) 산업용 적용은 지나치게 특수해 '데이터 호수'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학습에 턱없이 부족한 '데이터 웅덩이'인 경우가 많다"며 "특정 생산 환경에 맞춰 AI를 개념 검증(PoC) 단계까지는 개발할 수 있지만 이를 경제성과 기술적 신뢰성을 갖춘 장기 운용 단계로 확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본질적으로 AI는 확률적 시스템이며 아무리 뛰어난 AI라 해도 장기적으로 100%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밀성이 필수 조건인 산업 제조분야에서는 확률성에 기반한 자동화는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AI의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파이퍼 교수는 "생산 환경이 AI의 학습 시점 이후 계속 변화하면서 현실 세계와 AI 내부 모델 간 괴리가 커져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일종의 마모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속 학습은 이 문제의 완전한 해법이 될 수 없는데 데이터양과 다양성이 늘어나면 수학적으로 AI 알고리즘은 점점 평균값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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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퍼 교수는 피지컬 AI가 도입되더라도 수년 내 생산 현장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신기술과 기존 공정 간의 통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전망과는 다소 배치될 수 있지만 향후 3~5년 동안 실제 생산 현장에서 피지컬 AI로 인해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몇 년 전 협동 로봇에 대한 전망을 되돌아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제조사들이 내세웠던 (협동 로봇에 대한) 높은 기대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기술이 약속한 성능을 즉각적으로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협동 로봇을 이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충족돼야 할 전제조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산업 제조 환경에서는 로봇이 매우 견고하고 정밀하게 작동하며 기존의 복잡한 공정에 자연스럽게 통합돼야 한다"고 했다.
파이퍼 교수는 "인간과 로봇 간의 진정한 협업은 극히 일부 니치(틈새)한 적용 사례에서만 경제성이 있었다"며 "많은 협동 로봇 제조사들은 여전히 이 기술에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고 새로 등장했던 업체들 상당수는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피지컬 AI가 명확하게 경제성을 입증하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는 자동화할 수 없었던 기존 문제를 해결하며, 사용 현장에 충분한 숙련 유지보수 인력이 존재할 때만 제조업 전반의 대규모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 경우에도 여전히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퍼 교수는 역사적으로 경제성을 만족할 때만 신기술이 도입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피지컬 AI 시대에도 인간의 노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피지컬 AI가 기술·경제적 필요에 의해 AI가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파이퍼 교수는 "산업화 이후 경제 시스템에서 (새로운) 기술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때 혹은 경영진·주주가 그렇게 기대할 때 생산에 도입된다"며 "각 기업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인간 노동을 대체하려고 할 것이다. 산업에 존재하는 모든 일자리는 선의가 아니라 가치 창출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중심 작업장 설계조차도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경제적 계산의 결과"라며 "피지컬 AI 시대에도 이 논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피지컬 AI가 다른 기술 발전과 구별되는 점으로는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 괴리 △안전·수용성·책임 문제 △기존 기술과의 통합 △사이버보안 문제 등으로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이, 더 길게 인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꼽았다.
파이퍼 교수는 "따라서 '어떻게 인간이 충분히 개입해 (피지컬 AI의) 오류를 조기에 인지하고 (문제 발생 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인가'가 질문이 돼야 한다"며 "이는 도덕적 요구라기보다는 객관적 필수조건에 가깝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