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너지리포트]전력 패러다임 바꾸는 분산에너지③

지난 11일 오후 6시쯤 제주국제공항 인근 쏘카터미널 입구 '스마트 충방전 V2G(Vehicle-to-grid) 차량 전용 대여·반납존'. 이곳에 주차된 전기차 15대가 일제히 배터리 방전을 통해 충전기로 전력망에 전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용어 그대로 전기차(Vehicle)에서 전력망(grid)으로 전기가 이동하는 현장이다.
각 차량 계기판 화면에 'V2X(Vehicle-to-Everything·차량이 외부 전력망이나 건물 등과 전력을 주고받는 기술로 V2G도 포함) 실행 중'이라는 문구가 뜬 뒤 잔여 전력·주행가능거리·방전 전력량이 실시간으로 확인됐다. 차량 뒤쪽 충전기에서도 연결 시간과 충전량·방전량·전력 출력·방전 상태 등이 표시되면서 차량의 충·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506,000원 ▼11,000 -2.13%)그룹은 모빌리티(이동수단) 플랫폼 쏘카와 손잡고 V2G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제주 쏘카터미널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방향 충전기 15대가 설치된 이 공간에서 쏘카가 운영하는 전기차 20대(현대차 아이오닉9·기아(162,000원 ▼2,300 -1.4%) EV9)가 충·방전에 활용된다. 차량은 평소와 동일하게 렌트 서비스에 투입된다. 차량 입차 시간과 출차 스케줄에 맞춰 충전과 방전이 이뤄지는 구조다. 김민형 현대차 EV(전기차) V2X팀 책임매니저는 "오늘은 대규모 실증을 위해 차량 15대를 한 번에 연결한 상태"라며 "평소에는 차량 대여 일정 등을 고려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쏘카터미널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달부터 V2G 실증 범위를 개인 고객으로 확대한다. 현대차 아이오닉9·기아 EV9 전기차 보유자 35대가 대상이다. 현재 참여 신청 접수를 마치고 가정용 충전기 설치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이다. 주철규 현대차 EV V2X팀장은 "고객 주차장에 V2G 충전기를 설치하고 내년 3월까지 약 1년 동안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라 소개했다.

V2G는 전기차 차주에게는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면서, 재생에너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남는 전력을 흡수하거나 필요한 시간에 전기를 공급해 전력망 안정화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제주도처럼 태양광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햇빛이 강한 낮 시간에 전기차 배터리가 남는 전력을 흡수하면 출력제어를 줄이고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전력망으로 보내 공급을 보완함으로써 전력망 안정성을 높인다. 즉 전기차가 전력이 남을 때는 저장 장치가 되고, 전력이 부족할 때는 작은 발전소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김 책임매니저는 "제주도는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 전력 수요가 올라간다"며 "이 시간에 방전을 해야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