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빼닮은 '최고가격제' 기름값 묶으려다, 꼬인 시장

단통법 빼닮은 '최고가격제' 기름값 묶으려다, 꼬인 시장

박한나 기자
2026.04.14 04:02

직영보다 비싸진 자영 주유소, 가격왜곡 심화
전문가 "일몰이 바람직… 취약층 핀셋지원을"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역 봉쇄를 예고하며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는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오후 12시 45분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8%넘게 급등한 104.84달러에 거래중이다. 브렌트유 선물 역시 7% 넘게 상승한 102.1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역 봉쇄를 예고하며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는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오후 12시 45분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8%넘게 급등한 104.84달러에 거래중이다. 브렌트유 선물 역시 7% 넘게 상승한 102.1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자영주유소 가격이 직영주유소보다 비싼 '가격역전' 현상이 뚜렷해지며 유통구조 왜곡현상이 심화한다. 정부가 30여년 만에 꺼내든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장의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셋째주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은 자영주유소가 리터(ℓ)당 1994.27원으로 직영주유소(1961.61원)보다 32.66원 비쌌다. 일반적으로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주유소 가격이 더 저렴한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같은 가격역전은 7주째 지속됐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자영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직영보다 18~20원 정도 낮았다. 그러다 3월 첫주에 직영주유소 가격이 10.06원 더 싸졌고 둘째주엔 가격차가 89.50원까지 벌어졌다. 이달(4월) 들어서는 첫주에 자영주유소 가격이 직영보다 105.80원이나 높을 정도로 격차가 더욱 커졌다.

정유사들이 3월 초부터 직영주유소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한 데다 정부가 지난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가격반영 속도가 엇갈린 결과로 보인다. 정유소가 운영하는 직영주유소의 경우 가격을 즉각 반영한 반면 고가의 재고를 보유한 자영주유소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름값 역전현상이 지속된다면 자영주유소는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가격통제가 시장기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관련업계 안팎에선 석유 최고가격제가 지난해 폐지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빼닮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통법은 정부가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억누르고 소비자 차별을 줄이겠다며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구매보조금을 7일마다 사전공시하고 유통점의 추가지원금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한 제도다. 이런 취지와 달리 가격왜곡만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일몰하는 방향이 맞다"며 "가격을 올려 소비를 억제하되 취약계층에겐 유류쿠폰이나 에너지바우처 지급을 확대하는 핀셋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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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박한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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