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보다 양산이 무기".. 인도 등 신흥 시장까지 영토 확장

'5,000,000'
국내 한 중소기업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찍은 선명한 발자국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럽 고속도로, 북미 도심, 아시아 골목길을 달리고 있는 500만 대 이상의 자동차에 이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됐다.
스트라드비젼(대표 김준환)이 개발한 'SVNet'(이하 SV넷)이다. 'SV넷'은 AI(인공지능) 기반 차량용 인지 소프트웨어다. 차량의 '눈' 역할을 한다. 차량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을 AI가 실시간 분석, 사람·차량·차선·신호등·장애물 등을 가려낸다.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돕는다. 이를테면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추돌 방지, 보행자 인식 같은 기능이다.
회사는 2014년 설립됐다. 초기부터 '대량 양산이 가능한 ADAS'로 가닥을 잡았다. 특정 반도체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하드웨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Software-centric) 구조로 설계했다.
2019년, 설립 5년 만에 SV넷을 양산 차량에 처음 얹었다. 이후 속도는 더뎠다. 일부 프로젝트 위주로만 적용돼서다. 다시 4년이 흘렀다. 고급 차량의 전유물이던 ADAS가 대중형 차량으로 일반화되는 시기. 완성차 업체들은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는 데다 저연산·저전력 환경에서도 인식 성능을 갖춘 '비용 효율성'을 따졌던 것이다. 스트라드비젼이 설립 초기부터 설정했던 방향과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전환점을 맞았다. SV넷은 2023년부터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올라탔다. 자동차 업계는 보수적이다. 한 번 양산에 들어가면 수년간 동일 플랫폼을 유지한다. 검증 과정이 개발보다 훨씬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를 견뎌낸 결과, 누적 500만 대 적용.
SV넷은 현재 유럽·북미·아시아 시장의 양산 차량에 공급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의 최대주주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글로벌 티어(Tier)-1 앱티브(Aptiv) 사를 통해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양산 경험은 곧 신뢰다. '기술을 개발했다'는 말보다 '양산을 해냈다'는 기록이 다음 계약을 만든다. 스트라드비젼의 무기는 500만 대 양산 기록이다. 현재 인도 상용차 시장 등 신흥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자율주행 및 ADAS 시장은 전환기를 맞았다. 최고 사양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더 많은 차량에,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