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금협상 마무리
대내외 갈등 해소 '속도'

160여일간 진통을 겪은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논쟁'이 합의 타결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노조 간은 물론 노사와 주주간 법적 공방이 계속되면서 갈등의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사회적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앞으로 5년간 5조원을 투자하는 사회환원 계획을 내놨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27일 오전 10시 기준 73.7%의 찬성률로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투표결과 공개 직후 노사가 임금협상안에 조인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교섭도 마침표를 찍었다. 다만 노사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안팎의 균열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우선 부문·사업부간 보상격차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완제품 사업 중심의 DX(디바이스경험)부문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DX부문 직원이 다수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은 지난 26일 수원지법에 임금협상 단체합의안 찬반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와 함께 투표 무효확인 소송과 공정대표의무 위반소송도 추가로 예고했다.
DX부문 직원들의 불만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합원의 80%가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인 초기업노조에서는 찬성률이 80.6%에 달한 반면 전삼노는 21.1%에 그쳤다. 성과급 격차에 대한 누적된 불만으로 초기업노조를 이탈한 DX부문 직원들이 전삼노로 결집하면서 반대표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태문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도 직접 진화에 나섰다. 노 사장은 이날 조합원 투표 후 사내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려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그 결과로 인해 많은 분이 소외감과 박탈감, 그리고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제가 더 앞에서 뛰겠다"면서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와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들의 반발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날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업이익의 일정부분을 성과급으로 사전 할당하는 것은 상법상 배당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장된 위법 배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자비용과 투자재원이 차감되지 않은 영업이익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상법 등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운동본부는 단체협약 무효확인 소송과 위법행위 유지 청구·가처분신청,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대표소송 등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N% 기반 성과급' 모델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가 관련 논의를 먼저 타결한 데 이어 카카오와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등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 내부에서도 삼성전자 대비 낮은 처우를 이유로 성과급 산정체계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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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대내외 갈등 봉합과 신뢰회복 차원에서 대규모 사회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미래를 대비해 대한민국 경제의 흔들림 없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5년간 5조원을 투자해 상생과 건전한 산업생태계 조성, 미래인재 육성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3차 중소 협력사 지원, 산업재해기금 조성, 취약계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포용금융 확대, AI(인공지능)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및 청소년 교육 등 다양한 사회환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AI와 반도체 경쟁이 국가 차원의 경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미래 투자와 구성원 보상, 사회적 책임이라는 3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기업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환원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