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이건 대박인데?"
지난달 29일 넥센타이어(6,570원 ▲20 +0.31%)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인 '더넥센유니버시티'에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왔다. 처음에는 레이싱 오락 기계와 얼마나 다르겠냐는 의문이 앞섰지만 실제 시뮬레이터에 앉자 생각이 달라졌다. 넥센타이어가 왜 이 장비를 차세대 타이어 개발의 핵심 설비로 보는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영국 앤서블 모션(Ansible Motion)과 협력해 도입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가상 환경에서 실제 주행에 가까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버추얼 개발 장비다. 내부는 폭스바겐 파사트를 기반으로 구성돼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직접 차량을 모는 듯한 느낌을 줬다.
현실감은 작동 과정에서 더 뚜렷해졌다. 액셀을 밟자 차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움직임이 온몸에 전해졌다. 차선을 바꿀 때는 차체가 기울며 몸이 좌우로 흔들렸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제동 강도에 따라 감속감이 달라졌다. 단순한 화면 변화가 아니라 운전자가 느끼는 가속감과 하중 이동까지 재현한다는 점에서 인상이 깊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차종·타이어별로 설정값을 입력해 실제 주행 환경처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설정은 폭스바겐 골프 8세대였지만 아우디 A6 설정값을 입력하면 A6의 주행 특성에 맞춰 움직임이 달라진다. 곽재련 차량동역학팀 팀장은 "시뮬레이터에 있는 10개의 제어 컴퓨터와 20개의 보조 컴퓨터가 100분의 1초 안에 연산을 완료해 운전자가 원하는 움직임을 구현해준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신차용 타이어 개발 과정에서 실제 주행 시험을 일부 대체하거나 사전에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타이어 성능을 가상으로 확인하면 실차 시험 횟수를 줄이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타보지도 않고 어떻게 타이어 품질을 높일 수 있겠느냐"면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과감한 투자로 시뮬레이터 도입을 추진했다. 그 배경에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의 철학이 반영돼 있었다. 강 부회장은 2024년부터 시뮬레이터 도입을 적극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타이어도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명 연구소장은 "신차용 타이어 개발에 3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때마다 꽤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한 번으로 줄이는게 이상적인 목표"라며 "몇 번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개발 기간은 2년을 표준으로 할 때 적어도 반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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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서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황진웅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학생은 "산업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실험과 연구 장비를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며 "가상 시뮬레이터가 실제 주행 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더넥센유니버시티에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외에도 타이어 연구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실차반무향실은 벽과 천장의 소리 반사를 줄인 상태에서 실제 차량의 소음과 진동 성능을 측정하는 시험 시설이다. 100개가 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규격 정밀 센서를 장착해 실제 주행 차량의 성능과 소음을 분석한다.
타이어 소리를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연구하는 청음실도 마련돼 있다. 타이어 소음을 단순한 수치로만 평가하지 않고 심리적·감성적으로 어떤 소리로 느껴지는지 확인하는 공간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고객이 듣기 좋은 타이어를 개발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첨단 연구 시설을 갖춘 더넥센유니버시티는 서울 강서구 마곡 산업단지에 자리하고 있다. 연면적 5만7171㎡(1만7294평) 규모로 지하 2층부터 지상 8층까지 조성됐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총 600여명의 사무·연구 직원들이 근무 중인 더넥센유니버시티는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