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어를 3~4번 만들어가며 찾아가는 기존 개발 방법으로는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김종명 넥센타이어(6,570원 ▲20 +0.31%) 연구소장(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마곡 더넥센유니버시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 타이어 업체들의 추격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아직 신차용 전기차나 고인치 타이어 영역에서는 기술 격차가 있지만 빠른 속도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중국 업체도 워낙 빨리 쫓아오고 있고 기술도 꽤 많이 올라와 있다"며 "과거에는 싸지만 품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쓸 만한 수준까지 왔고 가격 격차도 줄어들어 레드오션처럼 치열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 과정을 과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사들을 따라잡았던 흐름과 비교했다.
김 소장은 "엔트리 레벨 차부터 하나씩 열고 점점 트림을 올리면서 프리미엄으로 가는게 한국 타이어 업체들이 했던 전략"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정확하게 똑같이 그 발자취를 쫓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넥센타이어는 버추얼 개발로 승부수를 띄웠다. 타이어를 여러 차례 제작해 성능을 확인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 공간에서 타이어 성능을 예측하고 차량과의 궁합까지 검증하는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 인공지능(AI)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최적의 스펙 조합을 찾고 이를 가상 환경에서 반복해 들여다보는게 핵심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이를 위한 핵심 장비다. 넥센타이어는 가상으로 만든 타이어 모델과 차량 모델을 시뮬레이터에 입력한 뒤 운전자가 실제 차량을 모는 것처럼 주행 감각을 확인하고 있다. 김 소장은 "버추얼로는 80% 정도를 맞춰놓고 나머지 20%는 사람의 감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그걸 하기 위한 장비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고 소개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버추얼 개발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중량이 무겁고 순간 토크가 높아 타이어 마모가 빠르다. 동시에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연비 성능과 정숙성 확보를 위한 소음 저감도 요구된다. 김 소장은 "전기차 타이어는 요구 성능이 훨씬 복잡해 개발 난도가 높다"며 "여러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버추얼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 넥센타이어는 신차용 전기차와 고인치 타이어 영역에서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소장은 "신차용 전기차와 고인치 영역은 아직 경쟁력이 살아 있다"며 "중국 시장은 OE(신차용 타이어)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만큼 신차용으로 먼저 넣은 뒤 교체용 수요로 이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넥센타이어는 2012년부터 버추얼 개발에 약 400억원을 누적 투자했다. 단기적으로는 개발 기간을 30%가량 줄이는 것이 목표다. 김 소장은 "신차용 타이어 개발은 보통 2년 동안 3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한번 할 때마다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앞단을 버추얼로 진행하고 실제 타이어 테스트를 한번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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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중국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도 늘어나고 있다. 김 소장은 "중국에서 BYD(전기차 업체) 프로젝트를 꽤 많이 하고 있다"며 "이미 성능 승인이 돼 납품을 기다리는 차종도 있고 추가로 받은 프로젝트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은) 성능 타깃이 굉장히 높고 개발 기간도 매우 짧다"며 "심지어 한번만에 맞추라는 요구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