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햅번, 비비안 리, 마릴린 먼로 한국에 왔다

오드리 햅번, 비비안 리, 마릴린 먼로 한국에 왔다

유현정 기자
2010.07.04 12:21

[스타일 현장] 초상사진의 거장 세실 비튼 첫 한국 전시회

마를린 먼로 (ⓒ사진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마를린 먼로 (ⓒ사진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오드리 햅번, 비비안 리, 마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타 가르보, 마를렌 디트리히' 그 이름만으로도 20세기를 추억하게 하는 세계적인 미녀들이 우리 곁에 왔다. 패션사진작가로 유명한 세실 비튼(Cecil Beaton, 1904~1980)의 작품 90여 점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배우 6명을 주제로 한 세실 비튼의 첫 한국 전시회 ‘세실 비튼-세기의 아름다움’이 오는 7월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V gallery 에서 열리고 있다. 런던 소더비의 아카이브에서 후원 받아 마련된 이번 세실 비튼 전시회는 거장의 눈으로 바라본 세기의 미녀들의 모습이라 더욱 뜻 깊은 자리다.

세실 비튼은 패션지 '보그'와 '베니티 페어' 등의 패션사진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의 대표적 초상사진가로 독자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사진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무대디자인, 패션 디자인, 작가 등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했던 아트 디렉터의 선구 자였던 그는 당대의 유명 배우와 예술가 및 영국 왕실의 초상 사진으로 유명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에는 정보국의 사진가로 활동해 1972년 영국 왕실의 작위를 받은 최초의 사진가가 되기도 했다.

세실 비튼은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탐미주의 작가였다. 미의 이상을 추구했던 완벽주의자였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흠 잡을 데 없는 화면 구성을 위해 사진 배경의 무대와 모델의 의상을 직접 디자인했다는 사실이 잘 보여준다.

또 그는 진부한 아름다움을 거부했다. 획일적이고 피상적이며 익숙한 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 모델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 그것이 내면에서 나오는 지성미이든 농염한 자태를 가진 여성이 흘리는 백치미이든 가리지 않고 개인이 가진 본연의 순수한 미에 날카롭게 충실했다. 세실 비튼의 천재성이 발하는 부분이다.

오드리 햅번 (ⓒ사진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오드리 햅번 (ⓒ사진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관람객들은 '세실비튼- 세기의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를 통해 세실 비튼이 깊숙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세기의 미녀들의 드라마틱한 여성성을 감상할 수 있다.

그녀들과 어우러진 20세기 패션의 풍성한 고전미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진동선 사진평론가는 "세실 비튼의 패션 스타일은 전형적인 로코코 스타일로서 여성적이고 감각적이며 세련되고 화려한 유희적 정조를 자신의 사진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오드리 햅번의 스타일은 과장 되고 유머러스한 모자와 화려한 러플장식으로 가득하다. 세실 비튼이 '마이 페어 레이디'의 의상제작에 직접 참여해 제작한 것으로 오드리 햅번의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조형적인 의상으로 극대화돼 한껏 돋보인다.

그레타 가르보 (ⓒ사진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그레타 가르보 (ⓒ사진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세실 비튼이 흠모했다고 하는 그레타 가르보의 눈빛은 차갑고 서정적이다. 본래 여권 사진을 부탁하면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후문 때문인지 배경이 유난히 일상적이다. 커튼이 쳐진 창문 을 먼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세실 비튼이 느꼈을 그녀의 서늘함이 시공을 뛰어넘어 다가온다.

반면 마를렌 디트리히의 따듯한 여성성은 눈썹으로 희화화 됐다. 아치처럼 구부러진 가늘고 긴 눈썹을 가진 그녀 옆에 역시 같은 눈썹을 그려놓은 마네킹을 배치한 것은 세실 비튼의 의도적인 설정이었다.

마를린 먼로와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다.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를린 먼로를 마주친 세실 비튼은 호텔까지 따라가 사진촬영을 해낸 것. 그의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몇 시간 동안 담아낸 먼로의 모습은 놀랍도록 치밀하다.

세실비튼의 전기작가인 휴고 비커스(Hugo Vickers)는 세실 비튼 전시 기획자인 최인아씨와의 인터뷰에서 "세실 비튼은 그 짧은 순간에도 어떤 각도와 구성이 마를린 먼로를 가장 먼로답게 보여줄 수 있는지 누구 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를린 디트리히 (ⓒ사진 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마를린 디트리히 (ⓒ사진 자료 = Cecil Beaton Studio Archive at Sotheby's)

세실 비튼은 모델들의 미적 특징을 기억했다가 일기로 적어두었다. 휴고 비커스에 따르면 그는 상대방이 말할 때의 포즈 및 움직임, 심지어 입근육과 코의 벌름거림까지 기록해 둘 정도로 독특한 지각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세실 비튼은 패션사진에서 '스타일' 이라는 용어를 맨 처음 사용했던 사람으로 패션사진에도 국제양식이 있음을 맨 먼저 세계에 전파한 사람이기도 했다. 진동선 사진 평론가는 "그의 사진이 종축으로 역사성을, 횡축으로 시대성을 가졌다고 하는 것은 그가 부단히 패션을 통해서 바라본 인간과 삶, 바로 시대정신과 표상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