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재개, 경영정상화 속도낼 듯..직원들 반발 등 갈등 풀어야
2000년하이마트(8,080원 ▲50 +0.62%)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13년간 회사를 이끌어 왔던 선종구 회장이 25일 씁쓸한 퇴장을 맞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대우전자판매 본부장이었던 그는 대우그룹 해체를 맞아 하이마트를 설립, 매출 3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우는 신화로 샐러리맨들의 동경대상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먹물을 뒤집어썼고 올 들어서는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끝에, 이날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해임된 대표이사'라는 오명을 받았다.
최근 1년간 경영분쟁을 비롯해 실적악화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힌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 회장이 회사의 한 축이었던 점은 분명하다. 그런 그가 떠난 하이마트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
업계는 우선 유진그룹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선 대표를 해임한 만큼 앞으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영업대표 선종구-재무대표 유경선'으로 양분화 됐던 하이마트 운영에 통일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선 회장 해임은 하이마트 주식거래 재개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하이마트의 경영투명화가 보장되면 거래정지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인데, 유진그룹 뿐 아니라 선 회장 측에서도 각각 다른 방안을 내놓으면 혼란스러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작업에도 숨통이 틔였다. 하이마트 기존 경영진과 유진그룹의 이해상충, 그리고 직원들의 동요 등이 문제였는데 '리스크 요인'이었던 선 회장이 물러나면서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매각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조건은 인수 후보들이 새 경영진을 내려 보낼 여건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유진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매각을 추진했으나 선 회장은 매각 후에도 본인이 경영권을 갖기를 고집해 왔다"고 말했다.
선 회장의 퇴진으로 기존 하이마트에 내재했던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으나, 유진그룹이 풀어야할 숙제가 간단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자들의 PICK!
무엇보다 직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문제다. 하이마트 임직원으로 구성된 '하이마트 경영정상화 및 매각촉구 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본사 앞에서 전직원 사직서 제출 등 시위를 했다.
직원들은 선 회장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직원은 "유 회장 뿐 아니라 선 회장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라며 "두 회장이 모두 물러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경영할 수 있는 임원을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또 이번 지분매각에서 우리사주 등 직원들의 지분을 함께 매각해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순이익이 반 토막 나는 등 가뜩이나 올 1분기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직원들까지 동요하게 되면 주식거래 재개는 물론 영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유진그룹 측은 영업부문 대표를 하이마트 내부 인사로 선임하고 임직원 대다수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서도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하이마트 한 직원은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이끌던 3명의 임원 대해 재계약 거부의 뜻을 밝혔다"며 "전날에도 추가로 2명에 대해 재계약 반대 의사를 전해왔는데, 이 상황에서 영업을 내부직원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논리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진그룹 등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하이마트 임시 이사회를 열어 선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참석이사는 4명이었고 반대 1표, 찬성 3표였다.
유진그룹은 앞으로 10일 내에 하이마트 영업부문 대표를 선정하고 경영진 비리에 대한 감사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 대표 해임으로 공석이 된 영업부문 대표이사는 내부 임직원 가운데 신망 받는 인물을 선정, 대표이사 대행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대행은 경영지배인으로 권한을 갖게 된다. 유 회장은 기존처럼 재무부문 대표 역할에 매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