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복지정책 재원조달을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채발행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복지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은 세금을 더 거두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금을 누구한테서 어떻게 거둬들이느냐다.
이른바 부유세를 통해 부자 등 특정계층에게서 세금을 걷을 수도 있다. 대안으로 세무조사 강화를 통해 지하경제에서 탈루된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되는 건 부가가치세율 인상이다. 다른 대안에 비해 집행이 상대적으로 쉽고 일반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공정성 논란 등 반발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내 안팎에서 부가가치세 증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제출한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한 제언보고서에서 한국의 현행 부가가치세율(10%)이 OECD 국가평균 18%보다 훨씬 낮아 올릴 여지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전문가들도 부가가치세 증세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부가가치세는 통상 물가상승을 촉진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고 저소득자의 세부담이 가중되는 역진성 문제가 지적된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 조금 다르다. 조세연구원은 실효세 부담 추정결과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학계에서는 부가가치세를 12%까지 중장기적으로는 15%까지 올려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사실 새 정부 입장에서도 부가가치세 증세방안에서 눈을 돌리긴 어려운 실정이다.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그리고 지하경제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확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는 현재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012년 국세 수입 203조원 가운데 27.4%인 55.7조원에 달했다. 손쉽게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조달을 할 수 있으므로 정부 입장에선 매력적인 방안임에 틀림없다.
평균조세부담률이나 재정적자규모를 감안한 잠재적 조세부담률 측면도 봐야한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은 이미 OECD 평균에 가까워진 상황이라 부가가치세율 인상 외에 마땅한 조세정책을 만드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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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의 확대도 답은 아닌 듯싶다. 부동산투기가 광풍처럼 몰아치던 시대에서는 수요거품을 잠재우고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재고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겠으나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결국 부가가치세 증세가 정부정책 실현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는 얘기인데, 여러 함정이 있는 만큼 이를 택할 경우 충분한 검토와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해야한다고 본다.
우선 부가가치세 증세를 통한 조세정책과 복지지출 확대를 통한 재정정책이 국가의 자원배분과 경제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977년 도입 후 35년간 10%로 계속 유지돼 왔기 때문에 효과를 측정할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세율인상에 따른 기업의 경영행태 변화와 그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자칫 복지의 덫에 걸려 국민소득 전체가 줄어드는 역풍이 있을 수 있단 얘기다.
세율변경은 또 한국 복지체제의 헤게모니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저부담·저복지'라는 형태에서 '고부담·고복지'로 전환할 경우 어떤 조세정책을 통해 소득 재분배를 이룰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즉각적인 부가가치세 증세를 결정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국정운영에 적잖은 지장이 초래될 게 명백하다.
새 정부 입장에서 부가가치세 증세는 무척 끌리는 정책수단이겠지만, 아직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고 장기적 측면에서 충분한 사전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최후의 보루를 쓰기 전에 시간을 갖고 다른 방안을 더 찾아보거나, 천천히 느리게 가는 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