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대형마트 규제로 무엇을 얻었나?

[우리가 보는 세상]대형마트 규제로 무엇을 얻었나?

송지유 기자
2013.09.02 06:10

울산 홈플러스 매장 앞에는 지역상인 수 십 명이 모여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올 초 울산 동구 방어동에 문을 연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300㎡)를 철수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매장에서 수 십 만원어치 물건을 사고 전액을 10원짜리로 계산하는 항의성 시위도 벌였다. 마트 직원들이 동전을 세느라 계산을 마치는 데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상인들이 홈플러스 매장 계산대를 모두 점령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한참을 기다리다 마트 측이 마련한 별도 창구에서 계산하는 불편을 맛봤다.

상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상생협의를 거부한 채 매장 철수만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도 상인들 편에 섰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지난달 중순 홈플러스 영국 본사에 해당 매장 철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영문 협조문을 발송했다. 홈플러스는 "이미 운영 중인 점포를 무조건 철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울산시 주관으로 진행중인 사업조정에 성실히 임하고 추가 상생방안도 찾겠다"고 밝혔다.

SSM이나 대형마트 관련 분쟁은 비단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사업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전국 곳곳에서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중소기업청에는 올 상반기에만 대형마트 관련 9건, SSM 관련 36건의 사업조정 신청이 제기됐다.

지난 6월 '대·중소기업 상생촉진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대형 유통사와 지역 상인 간 분쟁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이 사업조정에 실패할 경우 중소기업청이 강제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영업을 정지시킬 수도 있다.

지역 상인들과의 줄다리기가 통과의례가 되며 유통사들의 신규 매장 출점은 급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사는 지난해 25개 대형마트를 개장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4개 매장에 그쳤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의무휴일제 시행 이후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출점도 여의치 않다"며 "수 십 억원대 상생기금을 달라거나 저녁 시간에 영업하지 말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팔리 말라는 등 지역상인의 무리한 요구 탓에 사업을 포기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이 유통산업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유통 대기업과 골목상권을 이분법적 논리로 나누는데 급급한 산물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시장 영세상인이 아닌 편의점과 온라인몰, 중형마트·슈퍼마켓, 일본계 SSM 등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매출이 줄었다고 울상인데 돈 벌었다는 전통시장 상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잘못된 정책을 빨리 바로 잡지 않으면 유통 대기업과 골목상권이 함께 몰락하는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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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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