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업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행 1주년을 맞아 본지가 실시한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제빵 가맹점 출점 규제 관련 설문조사'는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의 "모 아니면 도"식 골목상권 살리기로는 골목상권이 활성화되는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대기업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은 안 된다"는 식의 규제만으로는 동네 빵집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쟁력과 자생력 강화라는 문제를 외면한 채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막는 식의 규제는 궁극적으로 공멸을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빵집 적합업종 시행 후 10곳 중 9곳 '매출 정체 및 감소'
이번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300개 동네빵집 중 44.7%가 최근 1년간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한 것이 단적인 예다. '매출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빵집도 42%를 차지해 전체 조사 대상의 86.7%(260개)에 달하는 빵집이 중기 적합업종 지정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네빵집 10곳 중 9곳 꼴로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특히 매출 감소는 월 소득이 적은 동네빵집일수록 두드러졌다. 실제 월 매출 300만원 이하 점포(85개)의 34.1%와 57.6%가 각각 최근 1년간 '매출에 변화가 없다'와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의 91.7%가 실제 효과에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이다.
월 매출이 301만~600만원 이하인 빵집 중에서도 각각 32.2%와 52.5%가 "매출에 변화가 없다"거나 "매출이 줄었다"고 답해 부정적 응답률이 84.7%였다.
반면 매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동네빵집 13.3%(40개) 중 19.1%는 월 매출 600만원 이상인 장사가 잘되는 빵집으로 드러났다. 결국 대기업 출점을 제한해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실제는 '잘 나가는 빵집'은 더욱 잘 되고, 안 되는 빵집은 역시 안 되는 효과에 '빈익빈 부익부'만 심화시킨 꼴이다.
매출 변화에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미치는 영향도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4곳 중 1곳 꼴인 37.4%는 중기업종 지정이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을 금지하면 동네빵집의 부활이 상당부분 이뤄질 수 있다던 동반위의 예상은 동네빵집 스스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동네빵집은 오히려 더 실질적인 도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내놓았다. 조사 대상 10 곳 중 3곳 꼴로 신제품 개발 전수(32.7%)를 원했고, 홍보방법(25%)이나 영업방법 전수(14%)를 원하는 곳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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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만사'로는 상생 어려워
전문가들은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 금지가 '규제가 만사'라는 식의 접근법으로 이제라도 괘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출점을 막는다고 손님들이 동네빵집으로 가지는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의 상생은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대기업 규제보다는 동네빵집 스스로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교수는 "중요한 것은 정부가 규제로 시간을 벌어줄 동안 동네빵집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정부도 동네빵집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최근 서울 도심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누이애 단팥빵'은 대기업 계열이 아니지만 당당하게 맛과 품질로 승부해 대박을 얻은 사례라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동네빵집 부활은 당초부터 대기업을 누른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 출점 금지는 현실은 모르고 규제만 강행해 동반상생이 아닌 동반수축을 부른 케이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