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이 나이에 돈을 더 벌어서 뭣 하겠나. 그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지어서 조국에 보답하고 싶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구경거리가 없는 한국 관광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놀이시설과 백화점, 호텔 모두 제대로 지어보자고."
임종원 서울대 교수가 쓴 책 '롯데와 신격호'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회사 임원들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롯데그룹 임원 대다수가 "초고층 빌딩은 공사비만 많이 들고 관리가 힘들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제2롯데월드 사업에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 총괄회장에게 크게 혼나고 회장실을 나와야 했다.
지상 123층. 국내 최고층 건축물인 제2롯데월드는 이렇게 시작됐다. 여기까지는 뭔가 뭉클한 스토리다. 하지만 최근 제2롯데월드 사업 과정을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기 짝이 없다. 92세 고령인 회장님의 평생 숙원을 무리하게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과속의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에는 47층 용접기 보관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초고층 빌딩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가 떠오르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공사 구조물이 떨어져 고층에서 일하던 인부 1명이 사망하고, 5명은 크게 다쳤다. 10월에는 기둥 거푸집 해체 과정에서 쇠파이프가 50m 아래로 떨어져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제2롯데월드는 성남비행장 항공기 항로안전과 교통체증 등의 문제로 20여년간 첫 삽을 뜨지 못했던 사업이다. 각계 반대를 무릅쓰고 공군 항로까지 틀어가며 인허가를 받았다면 공사 현장 안전에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이렇게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롯데그룹은 오는 5월 저층부 상업시설(해외수입 전문관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을 조기 개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가 올해 가장 주력하는 프로젝트인만큼 일정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에 이어 최근 제2롯데월드 화재 등이 잇따르면서 공사를 보류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도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의 철골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다. 현재 추가 교통대책 없이는 5월 조기 개장이 어렵다는 입장도 확실히 밝혔다.
제2롯데월드는 1987년 부지를 매입해 오는 2016년 공사를 마무리하는 30년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기간을 몇 달 단축하려고 앞 뒤 안 가리고 서둘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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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조기개장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다. 30년간 쌓아올린 공든 탑을 단 몇 개월 앞당기려고 망칠 이유는 없다. 어찌됐든 제2롯데월드는 신 회장의 바람대로 서울의 명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