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형 유통업체 중심 유통구조 문제…규제 실효성 없다면 개선점 찾아야

대통령이 '규제는 암 덩어리'로 비유하며 끝장 토론까지 열면서 정부가 규제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규제개혁에 동참하지 않는 공무원들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모든 부처가 규제개혁 대상을 찾느라 분주하다.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당연히 규제개혁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혹시라도 사회적 약자나 시장구조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규제까지 도매금으로 풀어줘서는 안 된다.
1996년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이후, 최근 규제 도입이 있기 전까지 대형 유통업체는 규제 없이 자유롭게 시장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반면 중소 유통업계는 그동안 방패막도 없이 대형 유통업체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통시장 개방에 앞서 정부는 이러한 유통구조의 변화를 예상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해 1997년 제정됐다.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우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도 녹아 있다. 그러나 유통산업 균형 발전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두고 정책이 펼쳐지는 사이 국내 유통구조는 지나치게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만 바뀌었다.
이러한 대·중·소 유통의 불균형 문제가 불거지자 중소유통 보호를 위한 대형 유통업체 규제가 논의됐고, 늦은 감이 있지만 2010년 말 대형 유통업체 규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됐다.
이러한 유통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 "규제 효과가 없다"거나 "시장기능을 해치는 규제다", "소비자 주권 침해다"라는 대형 유통업체의 볼멘소리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규제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짧은 기간에 규제의 성과와 규제의 부작용을 논하는 것은 지나치다.
물론 선진국에서는 유통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데 한국은 반대로 강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은 유통 규제가 100여년 가까이 지속돼 왔다. 이런 장기간에 걸쳐 규제를 개선하고 일부 완화했다는 것이지 규제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만들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만약 한국에서 지금이라도 규제를 통해 유통구조가 대형업체 중심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 규제는 단순히 중소상인 보호만이 목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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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가 대형업체 중심으로 굳어지면 제조업들의 판로 또한 소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 시장지배력이 확대되면 유통 거래 과정에서 중소 제조업체가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당연히 개선되고 없어져야 한다. 어떤 규제는 그 규제로 인해 얻는 이득이 소수의 사회 구성원에게만 돌아가고 많은 사회 구성원에 손해를 주기도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가치가 없는 규제도 많을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바뀌어 규제가 만들어질 때의 필요성이 사라진 규제도 있을 수 있다. 바로 이런 규제들이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시장구조의 건강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대형유통업체 규제를 정부가 손본다면 그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올바른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물론 소상공인을 계속 보호만 해줘서는 체질이 약해지고 의존성을 키운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대형업체에 대한 유통 규제는 중소 유통업체가 희망과 의지를 갖게 하는 최소한의 배려다. 적절한 유통 규제와 함께 체질 변화를 유도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정책 노력과 소상공인 자신들의 뼈저린 변화가 뒤따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