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국가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성적표를 놓고 말잔치가 무성하다. 대표팀을 이끈 홍명보 감독을 겨냥한 비난이 집중하는 가운데 박주영 등 일부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독설이 난무한다.
칼날은 홍명보 감독에게 모아진다. 박주영을 비롯한 2012 런던올림픽 멤버 중심으로 '의리축구'를 했다는 비아냥부터 '전술부재'와 '선수기용' 등 세세한 점까지 도마에 올랐다. 불과 2년 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뒤 쏟아냈던 찬사가 머쓱해질 정도다.
'팔색조' '승부사' 등으로 한껏 치켜 올려졌던 홍 감독 입장에서 보면 '권세가 있을 때 아첨해서 따르고 권세가 떨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속의 형편'을 뜻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라는 사자성어가 뼛속 깊이 파고들 법 하다.
기자는 기자직 입문 초기 수년간 스포츠부에서 몸담긴 했지만 축구에 관해서는 '그저 그런' 일반 상식 수준의 지식을 가졌다. 지식이 과문한 탓에 홍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 등을 놓고 날카롭게 지적할 처지는 못 된다. 월드컵 대표팀 구성부터 홍 감독을 오랫동안 지켜본 축구 전문가들이 토로하는 세세한 전술적인 측면과 선수기용의 편파성 등에 맞장구치기도 머쓱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점은 '변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세계축구 흐름을 꿰뚫고 대응전술과 전략을 마련한 팀은 새롭게 떠오르고, 만족에 빠져 변화를 게을리 한 팀은 어김없이 보따리를 쌌다.
우승후보 스페인은 짧고 정교한 패스로 골문까지 여는 '티키타카' 전술로 유로 2008과 2010남아공월드컵에 이어 유로 2012까지 석권하며 '무적함대'로 찬사받았다. 2014년 월드컵에서는 뚜껑을 열고 보니 네덜란드의 롱패스와 빠른 발에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5로 무너진 뒤 칠레에도 0-2로 지면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축구종가로 일컬어지는 잉글랜드도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에 밀려 D조 최하위로 밀렸다. 포르투갈도 이탈리아도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지 못한 탓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짐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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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주류업체 대표는 "한국인 대부분이 알제리 대표팀을 만만하게 본다는 점에 대해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알제리의 피파(FIFA)랭킹이 월드컵 직전 22위이고, 한국은 57위로 나오네요. 객관적인 전력으로 알제리는 한국의 2배가 넘는 수준이라는 얘긴데, 한국대표팀은 이 같은 실력차를 극복할 특단의 조치가 있을까요. 수차례 평가전과 러시아전을 보니 '적을 깰 변화'는 특별히 보이지 않던데요. '입으로만 변화'로는 어려울 겁니다. 한국인들도 대표팀 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변화는 외치는데 실제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다들 힘든 겁니다."
대표팀 현재 처지가 한국이 처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변화를 위한 철저한 분석과 환골탈태의 고민없이 '하면 된다', '하면 되겠지'라는 고전적 발상으로는 격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잠시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히딩크 감독의 입에선 항상 도미넌트(Dominent)와 컨트롤(Control)이 떠나지 않았다. 경기 지배와 흐름장악으로 요약되는 두 단어를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주문했다. 선수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침을 히딩크 감독은 두 단어에 집약시켜 세뇌한 것이다.
이제 좀 먹고 산다는 한국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홍명보의 월드컵팀은 '변화의 시대'라는 명제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대표팀의 몰락을 놓고 '변화와 생존'을 제대로 한번 고민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