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현대판 입소문' 타고 번진 허니버터칩 매진…왜?

감자칩 하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태제과가 내놓은 '허니버터칩'이 주인공이다. 8월 출시된 이후 100일 만에 50억원 매출을 돌파하더니 연말까지 100억원은 거뜬히 넘길 기세다. 제과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 이후 월 10억원 매출이면 성공으로 평가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판매 매장 공유와 맛 후기 등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없어서' 못 판다.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려나가면서 올해 최고 '핫한 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에는 허니버터칩과 관련한 루머도 줄을 잇는다. 판매처 직원이 빼돌려 '매점매석'을 한다는 설, 개당 1500원짜리 과자를 5개 5만원에 판다는 설, 공장에 불이 나 생산이 중단됐다는 루머도 떠돈다. 물론 사실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만큼 허니버터칩에 대한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물량은 더욱 달린다. 평소 감자칩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어떤 맛이길래'라는 호기심 때문에 '허니버터칩 구하기'에 열을 올린다. 강원 원주소재 해태제과 문막공장은 기존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하며 주말도 없이 24시간 가동해 주문량을 맞춘다. 하지만 판매점에서는 '물건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해태제과는 천안과 광주, 대구 등에 공장이 있지만 허니버터칩은 일본 가루비(Calbee)사와 제휴해 설립한 문막 공장에서만 제조된다. 다른 공장에 시설을 재설치해 만들기도 여의치 않다. 현재로서는 '풀가동'이 최선이라는 것이 해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허니버터칩의 탄생이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2년간의 인내와 맛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다. 해태제과는 그동안 오리온과 농심에 감자칩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 감자칩 시장은 오리온과 농심이 60%와 30% 가량을 점유하며 전체 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한다. 전체 스낵류 시장에서 해태제과는 19% 정도를 차지하며 농심(28%)에 이어 2위를 달리지만 유독 감자칩 시장에서는 '별 볼일 없는' 존재였다.
허니버터칩은 이 같은 열세를 '한번 뒤집어 보자'는 산물의 결과다. 비슷한 제품이 2년 전 일본에서 시험판으로 나온 적이 있다. 해태 제휴사인 일본 가루비사는 2012년 버터와 치즈를 가미한 감자칩을 내놨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해태제과는 일본 가루비사가 발을 뺀 상품을 눈여겨 본 뒤 '한국화'에 집중했다. 연구소에서는 기존 감자칩과 다르고 한국적인 입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꿀과 버터, 치즈를 넣었다. 시행착오 끝에 짭짤한 한 가지 맛만을 부각시킨 기존 감자칩과 달리 짭짤함과 달콤함, 고소함이 어우러진 맛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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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도 심혈을 기울였다. 제품을 내놓기 앞서 시행하는 '맛 평가'에서 어린이부터 여대생, 중장년층, 노년층을 아울러 1000여명을 테스트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때는 타켓을 정해 100~200명을 상대로 테스트를 실시하는 게 보편적이다.

무엇보다 허니버터칩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와 SNS가 결합한 '자발적 마케팅'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거창한 광고도 없었지만 사람들의 입맛이 자가발전하며 히트상품을 만들어 냈다.
제대로 된 제품이 소비자 평가를 받고, 현대판 입소문인 SNS를 타고 흐를 때 파급력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커진다. 대박상품도 소비자들이 판단해 전파하고 생산력을 좌우하는 'SNS대박시대'가 본격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아무리 SNS 등을 통해 인위적인 맛자랑을 해도 소비자는 '맛없으면' 사지 않는다. 허니버터칩 돌풍은 '침묵하는 다수 대중'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