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치(人治) 대신 '법치(法治)'에 주주들도 호응…반롯데정서 해소·가족과 화해해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원롯데·원리더(One Lotte, One leader)' 체제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진정한 원톱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아버지 손가락 경영과 결별, 법치로 나가는 신동빈=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해 '손가락 경영'으로 각인된 아버지이자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을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은 주총 직후 배포된 발표문에서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롯데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 준법경영을 중시하고 임원 취임과 해임도 이사회,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전반을 감시·감독할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 "사사키 토모코 사외이사 취임을 계기로 열린 경영을 한층 가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롯데가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롯데홀딩스 주주들도 안건으로 상정된 지배구조 개선에 찬성하면서 "신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보다 투명한 컴플라이언스(내부검증) 경영을 희망 한다"고 밝혀 신 회장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30여 분 만에 일사분란하게 끝난 오늘 주주총회를 통해 대내외에 '원톱 체제'를 인정받았다"며 "법치를 강조함으로써 '손가락 경영' 등 과거 롯데 문화와 결별을 선언한 셈"이라고 말했다.
◇ 투명경영으로 '反 롯데정서' 해소에 주력= 신 회장은 이날 주총 승리로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분쟁과정에서 남긴 후유증을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한국 국민사이에 퍼진 광범위한 반(反)롯데 정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급선무다. 유통, 식음료 등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 구조상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치명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신 회장이 대국민사과와 이날 주주총회에서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지체하지 않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환출자 해소, 호텔롯데 상장,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율 감소, 지주회사 추진 등 약속한 사안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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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밝힌 데로 지배구조 개선에 7조 원 가량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등 여러 걸림돌이 있다"면서도 "신 회장이 약속 이행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 반감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분쟁 재발 불씨 여전…가족과 화해해야=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가족과의 화해도 시급하다. 분쟁 초반, 신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 가족 대다수가 신 전 부회장 편에 서서 '반(反)신동빈 연합을 형성했다.
그룹을 장악한 신 회장에게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가족과의 화해는 경영정상화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필수다.
가장 큰 변수이자 키포인트를 쥔 주인공은 신 총괄회장.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그룹 지배구조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핵심 주주다. 고령으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지만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얻는 것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누나 신 이사장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신 이사장은 줄곧 아버지 옆을 지키며 각별한 애정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신 총괄회장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마음을 돌려야 한다. 신 이사장은 분쟁 초기만 해도 신 전 부회장의 가장 큰 우군으로 꼽혔지만 현재는 중립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분쟁 상대인 신 전 부회장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갈등과 관련, "개인적으로는 화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며 회사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주총 패배에도 불구하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소송 등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과의 화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