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면세품 언제 풀리나..."문제는 가격"

재고 면세품 언제 풀리나..."문제는 가격"

유승목 기자
2020.05.02 10:00

관세청, 면세 재고품 시중 유통 한시 허용…판매 방식과 가격 책정 등 과제 남아, 빠르면 내달 예상

코로나19 여파로 김포공항 내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이 휴점에 돌입한 지난달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 문이 내려가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19 여파로 김포공항 내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이 휴점에 돌입한 지난달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 문이 내려가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 19 사태 이후 매출 급감과 임대료 부담으로 벼랑 끝에 몰렸는데, 그나마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네요."(면세점 업계 관계자)

빠르면 6월부터 국내 면세점에 쌓여있는 명품 등 재고품을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일반 유통채널에서도 살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코로나19(COVID-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를 위해 한시적으로 재고품 유통을 허용하면서다.

하지만 아직 유통 방식이나 가격 책정 등 시중에 내놓기 위한 셈법이 복잡하다. 이를 빠르게 해결해야 면세점과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면세 불황·얼어붙은 소비심리면세재고 시중 유통 '묘수'될까

관세청은 지난 29일 면세사업자들이 면세품을 수입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면세품이 일반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관세청은 면세물품 관리를 위해 재고물품 처리를 엄격히 제한, 폐기 또는 공급자 반품만 허용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재로 국내외 여행수요가 급감하며 업황이 바닥을 치는 면세업계를 위해 한시적으로 이 같은 규정을 풀기로 했다. 앞서 한국면세점협회와 주요 면세점들은 이달 초 관세청에 면세물품 국내 통관이 가능하도록 보세물품 판매규정 완화를 건의했다. 재고 면세품들은 폐기하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해 얼어붙은 면세업계 업황과 국내 소비심리를 동시에 살리자는 것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들은 말 그대로 고사 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고 전 세계 여행교류가 끊긴 데 따른 '관광절벽'이 현실화하며 직격타를 맞아서다. 국내에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해외에서 여행을 오는 사람도 없으니 면세점은 본의 아니게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실제 관광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8만여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4.6% 감소했다. 해외로 출국한 우리 국민도 지난해보다 93.9% 줄어든 14만3366명에 불과했다. 일 평균 20만명의 이용객이 몰리던 인천국제공항의 하루 이용객은 최근 4000여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매출은 급감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는 59만명으로 전년 동월(413만명) 대비 7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2조17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도 1조873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결국 대기업 면세점들 마저 시내면세점 단축운영이나 공항면세점 한시적 운영중단 등 고육책을 꺼내들고 있다.

반면 매일 쌓여가는 재고품은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면세점들의 재고 보유량은 약 3조원에 달한다. 인천공항으로 대표되는 임대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매출은 '제로(0)'인데 월 임대료는 수 백억원 수준이다. 대기업 3개사의 인천공항면세점의 월 임대료만 신세계 약 365억원, 신라 약 280억원, 롯데 약 193억원 등 총 840억원 수준이다.

면세점-소비자 '윈윈'하려면판매방식·가격책정 가이드라인 시급

이처럼 면세업계 상황이 연일 악화일로를 걷자 정부도 건의를 받아들였다. 관세청은 6개월 이상 장기 재고품에 한해 일반 수입품과 동일한 수입요건을 구비한 뒤 세금을 납부하는 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업체를 통해 백화점, 아울렛 등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면세점이 과다 보유 중인 장기재고 20%를 소진할 경우 16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문제는 이번 면세품 시중 유통이 전례없는 조치란 점에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판매 방식과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한 이유다.

백화점과 아웃렛 유통이 거론되지만 백화점의 경우 입점한 브랜드 운영업체들과의 마찰이 우려된다.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내수용과 면세용 수입사가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코로나 사태로 백화점을 비롯, 국내 소비시장도 신통치 못하단 점에서 기존 백화점 입점 업체들의 반발 가능성이 높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명품 본사의 경우 계약 조건이 까다로워 다시 협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격 책정도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고 상품을 풀 경우 관세 등 세금을 붙여야 하는데, 어느정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없다. 가격 경쟁력과 기존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제품과의 가격 차이를 모두 고려해야 해 너무 낮아도 문제, 높아도 문제다.

이 때문에 면세점들은 재고품이 시중에 풀리려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3~4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이 경우 패션 등 계절과 유행에 민감한 제품들은 유통된다 하더라도 다시 악성재고가 될 수 있다. 애써 마련한 정책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단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들이 경영환경이 최악인 상황에서 정부의 배려로 한 숨 돌리게 됐다"면서도 "재고품 시중 유통이 허용됐을 뿐 아직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시중 브랜드와의 가격 조율 등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