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00만원 톰브라운, 40만원에 산다"…'K-짝퉁' 판친다

[단독]"400만원 톰브라운, 40만원에 산다"…'K-짝퉁' 판친다

오정은 기자
2020.10.07 10:49

[MT리포트]명품 열풍의 그림자, 'K-짝퉁' 기승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공포도 대한민국의 명품 사랑을 막진 못한다. 오늘도 샤넬과 롤렉스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긴 줄이 늘어선다. 하지만 명품 열풍의 그늘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짝퉁 유통도 증가하고 있다. K-짝퉁은 불황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와 맞물려 돈은 없지만 명품을 소유하고 싶은 소비 수요를 10분의 1가격으로 자극하며 온라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독버섯처럼 퍼지는 K-짝퉁의 지하경제를 들여다본다.
(왼쪽)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공식 수입 유통하는 미국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의 진품 정장 이미지 (오른쪽) '메이드 인 코리아' 톰브라운 정장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B사의 미들 그레이 색상 수트 이미지
(왼쪽)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공식 수입 유통하는 미국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의 진품 정장 이미지 (오른쪽) '메이드 인 코리아' 톰브라운 정장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B사의 미들 그레이 색상 수트 이미지

"톰브라운과 봉제 하나 하나가 똑같습니다. 저희는 매 시즌 출시되는 신제품을 구매해 완벽하게 해체·분석해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톰브라운 명품 정장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B사의 설명)

톰브라운, 아미(AMI), 오프화이트, 메종 마르지엘라…요즘 2030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해외수입 브랜드를 완벽하게 카피해 판매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K-짝퉁'이 판치고 있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메이드 인 코리아' 짝퉁을 제조하는 업체 다수가 사업자 등록까지 하고 사법 당국의 눈을 피해 한국산 짝퉁을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 리***, 호***, 베*** 등 국내산 짝퉁을 판매하는 다수의 사이트는 사업자등록증까지 내고 버젓이 온라인에서 성업 중이다.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이들은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심지어 재난지원금까지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력이 9년이나 된 곳도 있었으며 의류, 가방, 넥타이에서 신발까지 정품과 똑같은 짝퉁을 제조해 판매 중이다.

글로벌 짝퉁 제조국 1위는 중국으로 국내 패션업계에서 짝퉁은 곧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 10대~30대에게 인기 있는 해외 수입·명품 브랜드를 그대로 복제한 국내산 'K-짝퉁'이 경찰과 특허청의 단속을 피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유통 중이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여파에 유통업계의 지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K-짝퉁 유통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짝퉁을 제조·판매하는 이들 업체는 적발이 쉬운 루이비통·샤넬·구찌 등 전통적인 명품이 아닌 톰브라운, 아미(AMI), 메종 마르지엘라, 오프 화이트, 로에베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 또는 덜 대중적인 명품 브랜드를 주로 카피하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AMI)의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R사의 아미 제품 이미지 사진/사진=R사 사이트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AMI)의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R사의 아미 제품 이미지 사진/사진=R사 사이트

권 의원에 따르면 유통업자들은 먼저 정품 톰브라운, 아미 제품을 구매한 뒤 서울 동대문 방산시장을 돌며 똑같은 원단을 찾아낸다. 원단을 확보하면 서울 동대문·성수동 지역의 의류제조공장에 제조를 맡긴 뒤 게릴라식으로 1000장, 2000장씩 생산하고 있다. 확보된 물량을 공동구매처럼 날짜와 시간을 정한 뒤 판매하는데 5분, 10분 만에 물량이 완판되며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

아미(AMI), 메종키츠네, 로에베 등 한국 10대와 20대가 좋아하는 쿨한 무드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짝퉁을 판매하는 업체의 R사의 정품 50만원대 아미 티셔츠 생산 단가는 2만2000원. 이들은 2만2000원에 생산한 아미 모조품 티셔츠를 정품의 1/10 가격인 5만~6만원대에 팔고 있다. 구매자들은 구매 후기도 쓸 수 있으며 "정품과 똑같다, 정품보다 원단이 더 좋다"는 후기가 줄 지었다.

B사는 톰브라운 등 명품 정품을 구매해 해체, 분석한 뒤 정품의 1/10 가격인 30만~40만원대 팔고 있다. 이 업체는 '정품과 똑같은 품질, 완벽하게 재현한 핏과 봉제'를 내세운다. 고객들은 "톰브라운과 정말 똑같다"고 극찬한다.

위조상품의 범람을 표현한 구찌의 2020년 가을/겨울 FAKE/NOT 컬렉션/사진=구찌 공식 온라인몰
위조상품의 범람을 표현한 구찌의 2020년 가을/겨울 FAKE/NOT 컬렉션/사진=구찌 공식 온라인몰

섬유·의류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일으킨 기간 산업의 하나로 한국의 의류·가방·신발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바마도 신는 신발'로 유명한 미국의 신발 브랜드 올버즈도 부산의 한 공장(노바인터내셔날)에 신발 제작을 의뢰해 자신들이 원하는 완벽한 신발을 제작해낼 정도다. 하지만 K-짝퉁 지하경제의 확대로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역량이 엉뚱한 짝퉁 제조에 투입되고 있다.

권명호 의원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온라인에서 버젓이 가품을 판매하는 업자들이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정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까지 수령했다"며 "특허청과 중기부는 사태를 면밀히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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