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구(舊)명품 위협하는 신(新)명품

1921년 탄생한 이탈리아 명품 구찌(GUCCI)는 2015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모조품이 넘쳐나는, 저가의, 고루한 명품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던 구찌는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손을 거치며 '섹시한 구찌'로 부활했다.
3년 뒤 구찌는 2030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에 등극했다. 구찌의 고고한 이미지와 정형화된 로고는 모두 파괴됐으며 '기상천외한 것들'이 디자인에 도입됐다. 27%에 불과했던 2030 구매 비중은 60%까지 치솟았다. MZ세대(18세~34세)에게 어필하기 위한 구찌의 파격적인 변신은, 통했다.
루이비통, 디올, 생로랑도 구찌의 뒤를 따랐다. 유럽의 전통적인 명품, '럭셔리 하우스' 명품 브랜드들은 신명품이라고 불리는 신진 디자이너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신명품'으로 혜성처럼 패션업계에 나타난 오프화이트의 창립자 버질 아블로를 남성복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디올은 나이키와 협업하고 구찌는 노스페이스에 디즈니, 헬로키티, 도라에몽 등 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거침없는 제휴에 나섰다. 대기업이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과 손을 잡는 '오픈 이노베이션'처럼, 클래식 명품이 신명품과 전략적 협업에 나선 것이다.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럭셔리 브랜드의 변신에 앞장선 구찌는 브랜드 비전을 '컨템포러리 럭셔리(Contemporary luxury)'로 재정의했다. 명품(럭셔리)이면서 동시에 신명품(컨템포러리)이라는 것이다.
구찌는 혁명적 변신을 시도했지만 2020년 코로나19(COVID-19) 충격 또한 크게 받았다. 특히 유럽 지역 매출이 급감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100년 전통의 명품이라고 해도 패션업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다.
2020년 이후 패션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것은 루이비통 남성의 버질 아블로 컬렉션이다. 버질 아블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실력으로 패션업계는 물론 독자들까지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봄/여름 컬렉션에서 'LV프렌즈'로 불리는 인형을 주렁주렁 부착한 의류와 가방으로 주목받았다. 버질 아블로는 2021년 봄·여름 컬렉션을 전통적인 패션쇼 대신 애니메이션 형태로 공개했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LV프렌즈 캐릭터들이 가상의 항해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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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 남성 가을·겨울 컬렉션은 봄 컬렉션의 파격을 넘어섰는데 옷인지 건축물을 형상화한 조형물인지 헷갈리는 패딩 제품을 선보였다.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전공인 건축에 대한 열정을 F/W 컬렉션에 반영하면서 기하학적인 3D 디자인의 파리 스카이라인 푸퍼 재킷, 뉴욕 시티 스카이라인 푸퍼 재킷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