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고삐 풀린 '합성니코틴' (下)
-담배사업법 개정안 첫 발의부터 10년간 상황

"합성니코틴 원액은 다수 유해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이같은 내용의 연구 용역 결과는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 논의에 불을 지폈다. 선행 연구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전담)에서 다양한 유해 성분이 검출됐지만 유해 물질의 원천이 니코틴 원액인지 첨가제나 용매제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번 연구로 니코틴 원액의 유해성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합성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담배사업법 개정이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회에서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유해하므로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국회에서는 2016년 이현재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담배 정의에 합성 니코틴을 추가해 규제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을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지만 '유해성부터 입증돼야 한다'는 이유로 입법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합성니코틴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2020년 11월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아직 독성과 안전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합성니코틴을 담배의 원료로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이 확인된 이후에는 전자담배 사업자들의 생존권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여야는 공청회를 거쳐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자들의 업종 전환과 폐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함께 포함시켰다. 이후 개정안은 지난 9월 기재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됐다.
여야는 10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논의를 진행한 뒤 올해 정기국회 내에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연내 법 시행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법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쳐진다.
하지만 최근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며 낙관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법사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등을 두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어 법안 심사를 위한 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달(11월) 이어질 내년도 예산안 심사 정국에서 여야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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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룬 법안"이라며 "정치적 갈등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유사니코틴도 규제 의지

국회가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유사니코틴' 등이 새로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전자담배(이하 전담)업계가 합성니코틴 규제 강화에 맞춰 새로운 니코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에서 유사니코틴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는 총 925건에 달했다. 2021년 13건에 불과했지만 3년새 70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합성니코틴은 니코틴을 담뱃잎에서 추출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을 말한다. 현재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아 과세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유사니코틴은 니코틴과 화학 구조가 비슷하지만 법적으로 니코틴으로 분류되지 않고, 흔히 '무니코틴 전자담배'란 이름으로 판매된다. 그러다보니 현행 담배사업법이나 약사법 등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인체 독성과 중독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부 연구에선 니코틴보다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단 결과도 있다.

국회에서 법이 개정돼 합성니코틴도 담배에 포함될 경우 합성니코틴 전담은 일반 담배처럼 온라인과 무인 판매가 금지된다. 그럴 경우 업계에선 유사니코틴과 무니코틴 제품들이 합성니코틴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유사니코틴 제품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담배사업법만으로는 신종 대체 물질의 등장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법의 실효성 문제인데 업계 역시 합성니코틴만 규제하면 또 다른 대체 물질이 곧바로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복지위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사니코틴 제품을 의무적으로 '의약외품'으로 지정함으로써 규제·관리 수위를 높이는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 의약외품 제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조업 신고를 하고 품목별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의약외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생기면 유통 중인 의약외품을 회수하거나 이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등 다양한 규제가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 21일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합성니코틴 뿐만 아니라 유사니코틴도 동일한 규제 틀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유사니코틴에 대한 검증을 거쳐 담배로서 취급이 가능하다면 과세·규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