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점포' 규제만 풀어도..상비약 판매 인프라 1.2만곳 늘어난다

'24시간 점포' 규제만 풀어도..상비약 판매 인프라 1.2만곳 늘어난다

유엄식 기자
2025.12.21 11:00

[MT리포트]무약촌 고발 그 후③상비약 판매처 규제의 역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창간기획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와 공공심야약국 모두가 없는 지역의 실태를 고발한지 1년반이 지났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상비약 품목 확대와 판매점 24시간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정부는 외면했고 국회는 손을 놨다. 그사이 제도는 그대로인데 편의점 업계 구조조정과 불황이 겹치며 상비약 판매점은 오히려 줄었다. 정책 공백 속에서 더 깊어진 지역간 약 접근성 격차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그 책임을 따져봤다.
24시간 규제가 막고 있는 1만1876곳/그래픽=이지혜
24시간 규제가 막고 있는 1만1876곳/그래픽=이지혜

전국 각지의 무약촌 공백을 신속하게 메울 수 있는 해법으로 현행 약사법에 규정한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상비약) 판매처 기준인 '24시간 운영 점포'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규정만 손질해도 전국적으로 1만2000여개 상비약 판매 인프라를 새롭게 확보할 수 있어서다.

21일 행정안전부와 편의점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점포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5만4667곳이지만 상비약 판매가 가능한 24시간 운영 점포는 4만2791곳(올해 6월 기준)으로 약 78% 수준이다. 전국 편의점의 20%가 넘는 1만1876곳에선 안전상비약을 팔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행 약사법의 상비약 판매자 등록 요건 규정 때문이다. 약사법 44조 2항엔 관할 시·군·구에 상비약 판매자로 등록하기 위해선 '24시간 연중 무휴(無休) 점포를 갖춘 자'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전국에 분포된 공공약국이 통상 밤 10시~새벽 1시 사이에 문을 닫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간대에 운영하는 점포만 제한적으로 상비약 판매를 허용한 탓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규정 때문에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거주자의 상비약 접근성 양극화가 더 심화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4시간 미운영 편의점 중 상당수가 지방에 분포돼 있다. 특히 인구가 적고 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지방 도서·산간 지역은 동네 슈퍼마켓이나 약국이 주거지에서 멀어 상비약이 급하게 필요할 때 구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간도서는 물론 최근엔 도시 외곽 지역 편의점도 최저임금, 전기료 인상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24시간 운영을 부담스러워한다"며 "24시간 점포 판매 제한 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도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안전상비약 매대에 감기약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안전상비약 매대에 감기약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상비약 매출은 2023년 832억원에서 2024년 82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급할 때만 소량 필요한 상비약 특성상 판매처 기준을 완화해도 관련 매출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초 해당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약사회의 반대와 정국 불안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약사회는 최근까지 복약지도 불가, 오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상비약 판매 품목 확대는 물론 판매처 제한 규제 완화도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상비약 판매처 규제는 품목 확대 논의와 별개란 입장이다. 가장 빠르게 지방 상비약 판매 인프라를 늘릴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강준혁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이미 판매를 허용한 상비약의 판매처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은 약물 오남용 문제와는 큰 관련성이 없다"며 "판매처 규제는 지방 취약지역의 의약품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불평등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방문한 경북 울진 사례를 소개하면서 "울진은 면적이 서울의 약 1.7배인데 10개 읍·면 중 4곳에 약국이 없고, 편의점조차 없는 지역도 있다"며 "24시간 운영 조건을 충족해야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으니 정작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지역이 배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도 약사법에 △1회 1일분 한정 △만 12세 미만 판매 금지 △판매자 사전 교육 및 등록제 등 오남용 방지 기준이 마련돼 있는 점을 고려해 24시간 판매처 기준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의사 출신인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상비약 판매처 운영 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다만 여권의 지지를 받아야 신속한 법 개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전기사 : [2024년 머니투데이 창간기획] 전국 16%가 무약촌 시리즈

①의사만 부족한게 아니다…전국 16%는 약 살 곳 없는 '무약촌'

②[르포]"내 나이 85세…약 사러 한 시간 버스 타고 갑니다"

③전국 최고령 동네 10곳, 한밤중 약 살데 없는 '무약촌

④[르포]1시간 만에 타이레놀 700정을 샀다...상비약 '복약지도' 무색

⑤안전상비약 확대 반대하는 약사회, 왜?

⑥'13개→11개' 거꾸로 가는 안전상비의약품, 못 늘리나 안 늘리나

⑦ '24시간 운영' 제한만 풀어도 1.2만개 편의점에 '약'들어간다

⑧[르포]"30년째 문제없는데"…한국 편의점 상비약, 일본 1%에도 못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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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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