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의 시대동행]④농업과 복지는 분리 필요...불리한 여건을 기술로 대체하는 네덜란드 전략 배워야

(중편에 이어서)
-백용호 상임고문(이하 백): 농촌 문제와 관련해 소농가에 고령화 돼 있다보니 정부가 농민들에게 너무 가슴으로만 접근한다. 농민들의 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쌀 수매를 해준든지, 보조금을 준다든지, 가격을 안정화시키다든지 지원을 해준다. 정부가 농업 문제에 있어서 복지와 따뜻한 방식으로만 접근하다 보니까 농촌의 생산성 혁신과 발전이 더딘 게 아닌가 싶다. 농촌에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가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고 소규모 농가나 고령화 농가를 지원 안 할 순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보호대상으로만 삼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이는 정부의 딜레마 중 하나다.
-김홍국 회장(이하 김): 복지와 경제는 각각 따로 봐야 한다. 복지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농업은 산업으로만 보고 여기에 복지로 해야 할 정책을 섞지 말고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 생산액이 연 약 8조원인데 세금을 통한 지원으로 약 6조원 들어간다. 6조원 중에 2조원만으로 복지로 지출하고 나머지 4조원을 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시켜서 경쟁국 수준으로 따라가게 해야 한다. 경쟁력이 낮아지면 복지로 지원을 받게 하면 된다. 한국농업은 이 분야 선진국과 규모면에서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소 같은 경우는 한국의 1년 도축 수는 90만두 정도다. 축산식품 분야로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브라질 기업 JBS는 연간 2,000만두 이상을 도축한다. 우리나라 전체 도축수의 20배가 넘는다. 농업이 규모가 작을 거라고들 알고 있는데 미국 카길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200조원이 넘는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가면 1개 농장이 3000만평 넘는 농지를 보유하는 곳도 있다. 국토면적은 작지만 농지의 규모화와 첨단 기술, 가공무역, 물류효율화 등이 잘 갖춰져 있어서 세계 농업무역흑자 1위를 기록하는 게 바로 네덜란드다.
-백: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육류 포함 수출액이 1400억유로정도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100억불하는데 15배 정도 많다. 실제 네덜란드 국토면적은 우리의 3분의1정도다. 네덜란드는 농업 수출국으로서 으뜸으로 많이 꼽히는데 유럽이란 대단지에서 물류시스템도 잘 갖췄고 운하·철도망·항구·공항이 잘 되어 있다. 이런 요인도 네덜란드의 농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김: 네덜란드는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자금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빌려야 한다. 반면 한국은 실패할 수 있는 사람한테도 돈을 준다. 네덜란드는 철저하게 산업적으로 접근해서 농업을 'agriculture'라고 하지 않고 'agribusiness'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농업의 단위를 농가(farm)로 여기지만 네덜란드는 농가를 경영체(company)로 본다. 농장에 대한 설비 투자도 수백억씩 이뤄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리온실은 3만평짜리 하나씩 3세트로 구성돼 있다. 이런 규모에서 스마트 팜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3000평이 일반적 수준이다. 여기에 스마트팜 시스템이 들어가면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네덜란드는 자국에서 생산도 하고 자국 생산보다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게 더 싸면 그렇게 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 시장 메커니즘대로 잘 맞춰간다.

-백: 네덜란드 농업은 과학기술의 영역으로 보인다.인구 2000만명도 안 되는 국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대학이 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은 세계대학평가에서 농업분야 1위를 유지한다. 여기서 연구하고 정부가 지원하고 농가는 이걸 받아들이는 연계 구조가 잘 되어있어서 농업 국가로서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한국도 네덜란드의 방식을 한 번에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네덜란드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배울 것 가운데는 불리한 여건을 기술로 대체하는 그런 전략은 특히 배워야 할 것이다.
-김: 한국은 농업대학이 40개가 넘는데 네덜란드의 농업분야의 연구중심 대학은 수의대학을 포함해서 4개 정도다. 네덜란드는 농식품을 연구와 기술보급을 담당하는 학교·기업·농장경영인(농민)간의 산학협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국가가 틀을 만들어 끼워 넣으려고 하면 실패한다. 돼지의 경우 한국은 모돈 한마리당 1년에 출산하여 시장에 출하할 수 있는 돼지의 숫자(MSY)가 평균 20마리를 약간 상회한다. 네덜란드는 28~29마리다. 생산성이 25%정도 더 높으니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규모화 위에 기술이 들어가고 스마트화되는 거다. 제가 직접 목격한 스마트팜은 9만평짜리 농장을 부부가 다 관리한다. 수확이 필요할 때만 인력을 일시적으로 활용한다. 상추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은 그 규모가 6만평 정도인데 씨를 뿌려 발아시키고 성장과정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시켜 상품화 포장까지 마치는 공정이 전부 자동화되어 있다. 한국에도 그런 스마트팜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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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기업인으로 살면서 난관들이 많았을 것 같다. 대한민국 기업인으로 사는 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일 것이다. 기업인으로서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영광보단 위기을 극복하는게 하루의 일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인으로서 느끼는 게 많을 것 같다. 현재 하림이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 30% 정도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됐는데, 회장님께선 사명감을 갖고 일을 했을 것 같다. 끝으로 후배 경영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김: 제가 식품사업에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 철학은 최고의 맛이다. 최고의 맛은 '신선'에 있다고 본다. 식품 원재료의 구매부터 제조과정 유통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이 철학을 지킨다. 법에서 규정한 품질 위생안전 기준보다 더 강화된 기준에서 일을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분명 어려움이 찾아온다. 하지만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한 단어로 '인내심'이다. 참고 견디는 것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의에 빠지거나 포기하면 안된다. 목표를 향해서 무조건 가야한다. 다른 길은 있을 수도 없고 난관을 만나면 속도를 늦추고 다소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목표했던 길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 저는 이것을 '15도의 경사길을 간다'고 표현한다. 평평한 길을 마냥 걷는게 아니라 15도 정도의 낮은 경사길을 궁리하며 천천히 오르는 것이다. 이 정도의 경사는 참고 갈만 하다. 가다 보면 언젠가 높은 곳에 오르게 된다. 인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