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부담금 도입국, 비만·당뇨 개선은 아직...식·음료 가격인상 불가피

설탕 부담금 도입국, 비만·당뇨 개선은 아직...식·음료 가격인상 불가피

이병권 기자, 차현아 기자
2026.01.29 04:00

설탕세 도입 국가와 효과/그래픽=최헌정
설탕세 도입 국가와 효과/그래픽=최헌정

이재명 대통령이 도입을 시사한 설탕세는 전세계에서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건강 증진 전략의 하나로 도입하는 조세정책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설탕세 도입 이후 음료 제품의 당 함량이 낮아지는 효과가 관측됐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건강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고 식·음료 가격 인상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세계은행(WB)의 글로벌 SSB(가당 음료) 세금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국·미국·프랑스·멕시코·노르웨이 등 약 118개 국가와 지역에서 설탕 음료에 대한 과세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Soft Drinks Industry Levy, SDIL)'이 꼽힌다. 영국은 2018년 음료 1리터(ℓ)당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당 함량에 대해 18~24펜스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 결과 설탕세 과세 대상 음료의 평균 당 함량이 약 30% 낮아졌다.

소비 측면에서도 변화가 관측됐다. 2016년 BMJ(영국의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멕시코는 2014년 가당 음료에 리터당 1페소의 세금을 부과했는데 도입 2년 만에 가당 음료 구매량이 약 7.6% 감소했다. 설탕세 도입으로 소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설탕세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과세 기준과 세율 설계에 따라 당 함량 감소나 소비 감소 효과가 국가별로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아서다. 건강 증진 효과 역시 아직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쟁점이다. 설탕은 담배나 주류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설탕세가 개인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 발간한 '글로벌 설탕 음료세 보고서'는 "소비 감소 효과는 비교적 분명하지만 비만·당뇨 등 건강 지표 개선 효과는 중장기적 관찰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수용성과 개인 선택권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할 경우 반발과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설탕과다사용세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그래픽=최헌정
설탕과다사용세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그래픽=최헌정

식품업계는 도입 효과와 부작용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세금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비만 문제가 심각한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의 비만율(36.5%)은 OECD 평균(56.4%)보다 현저히 낮은데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과세 대상을 어디까지로 한정할지도 논란이다. 또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도 "설탕 외에도 과당 등 종류가 다양한데 과일 당은 괜찮고 설탕만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 역시 과세 대상이 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식당에서 만드는 치킨, 피자 등에도 소량의 설탕이 들어가는데 대체당 사용 시 맛의 변화는 물론 영세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설탕세 도입이 '수익 감소→성장 둔화→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부정적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미 원가 상승과 내수 침체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 압박까지 더해져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는 토로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이미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로·저당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한번 부과된 세금은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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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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