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업체의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해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처럼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지자 유통업계에선 기대감과 의구심이 동시에 제기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쿠팡 독주를 부른 '족쇄'를 푼단 측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최근까지 여당의 새벽배송 근로시간 제한 움직임을 고려하면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영업을 할 수 없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여당 내에선 해당 규정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대형마트와 SSM도 심야 시간대 온라인 주문을 받아 제품을 배송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제도가 바뀌면 쿠팡과 컬리에 집중된 새벽배송 수요를 대형마트가 흡수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산재한 대형마트와 SSM 점포가 약 1800개로 수도권은 물론 지방 소도시까지 폭넓게 분포해 있다"며 "각 점포 운영을 위해 구축한 상품 보관시설과 물류 상하차 시스템을 활용하면 대규모 추가 투자하지 않아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지역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쿠팡 독주를 견제할 '대항마'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추가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물류망 구축을 위해 10여년간 약 9조원을 투자했다.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 없인 이커머스와의 경쟁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매일 장보기가 핵심인데 소비자가 의무휴업일엔 서비스받을 수 없다면 결국 날짜에 구애받지 않는 이커머스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는 소상공인이 반대하는 내용이지만 마트 규제 배경인 전통시장 활성화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제도 개선 과정에서 재논의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주중으로 바꾼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는 마트 주변 상권의 주말 평균 매출이 3.1% 증가했다.
의무휴업 규제가 또 다른 소상공인인 기업형슈퍼마켓(SSM) 가맹점주에게 족쇄가 되는 것도 문제다. 전국 SSM 1464개 점포 중 가맹점 비중은 절반 수준인 49%인데 가맹점주는 독립적인 개인사업자지만 대기업 직영점과 동일하게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식자재마트가 지역 소비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매장 면적을 3000㎡ 미만으로 유지할 경우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 제한도 적용되지 않아 연중무휴 또는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인한 혼란도 예상된다. 한 달 전까지 여권은 민주노총의 제안을 받아들여 새벽배송 근로시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의무휴업일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안을 제시한 바 있어서다.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 전략보다 현상 유지를 위한 보수적인 경영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에 기반한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단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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