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밥 안쳐놨는데" 출근하자마자 '퇴근' 통보…홈플 기습 휴업 날벼락[르포]

"점심밥 안쳐놨는데" 출근하자마자 '퇴근' 통보…홈플 기습 휴업 날벼락[르포]

조성우 기자, 유엄식 기자
2026.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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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합정점에 붙은 임시 휴업 안내문./사진=조성우 기자
13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합정점에 붙은 임시 휴업 안내문./사진=조성우 기자
홈플러스 합정점의 비어 있는 계산대./사진=조성우 기자
홈플러스 합정점의 비어 있는 계산대./사진=조성우 기자

13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합정점. 점포 문을 열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직원들은 퇴근 준비를 해야 했다. 불과 몇 분 전 '임시 휴업' 사실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입점업체 점주들은 매장을 열지 못했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발길을 돌렸다. 이날 점포 관계자는 각 섹션 매니저들을 불러 "임시 휴업이 결정됐다. 일부 인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오전 11시에 퇴근하라"고 공지했다. 이어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출근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말 대규모 할인 행사로 재고가 대부분 소진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처럼 영업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던 터였다. 출근 직후 동료 직원들의 점심을 준비하던 한 직원은 "안쳐 놓은 밥은 어떡하나"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이 준비한 쌀은 약 40kg이었다. 직원 400명가량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일부 직원들은 남은 연차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금일 오전 10시경 전국 67개 매장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사전에 채권자나 임직원, 점포 입점사에 공지하지 않은 '긴급 결정'으로 알려졌다. 오는 20일 예정된 법원의 회생계획 폐지 결정 확정 전까지 '임시 중단'이란 회사의 설명에도 최대 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행보를 반추하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고 있단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대형마트 건물 내에 입점한 음식점, 커피숍 등 테넌트(임대) 매장은 입점주가 원하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마트를 운영하지 않으면 유동 인구가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동반 영업 종료 조치와 다를 게 없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이날 점포 입점주들은 일방적 영업종료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테넌트 매장 영업도 함께 종료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정점에서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임시 휴업을 하는데 임대 매장에 손님이 오겠나"라며 "이달 매출은 다음달 정산받는 구조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 업무도 중단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임시 휴업으로 인한 입점업체 피해나 퇴점 절차 등에 대해 안내받을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과 매장 시설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 영업 임시 중단을 발표한 13일 서울 강동구 홈플러스 강동점에서 직원이 정상운영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아 매장 내 물건을 정리하고 있으며, 출근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퇴근시킨 상황이며, 영업 중단 사실을 몰랐던 시민들은 매장 입구를 가로막은 카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2026.7.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과 매장 시설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 영업 임시 중단을 발표한 13일 서울 강동구 홈플러스 강동점에서 직원이 정상운영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남아 매장 내 물건을 정리하고 있으며, 출근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퇴근시킨 상황이며, 영업 중단 사실을 몰랐던 시민들은 매장 입구를 가로막은 카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2026.7.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회사 노조는 종전의 정부 주도 회생 추진 요구보다 강한 정책자금을 투입해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수용 마트산업노조홈플러스지부장은 노조 게시판에 지난 8일 게재한 동영상 호소문에서 "정부가 홈플러스 파산 시 직원 급여, 협력 업체 자금 지원 등 4400억원의 긴급 지원 계획을 밝혔는데 왜 지금은 결단하지 않나"라며 "회사가 무너진 뒤에 국민의 혈세로 뒤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무너지지 않게 살리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파산 선고 전에 운영비를 재정으로 지원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앞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홈플러스 관련 피해 중소기업 특례보증 등에 최대 3000억원을 지원하고,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의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홈플러스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요청을 거절한 만큼, 노조의 사전 재정투입 지원 요구는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민주노총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향후 반정부 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 지원을 촉구하며 대책을 기다려왔지만, 홈플러스 파산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정부 대응을 규탄하는 방향으로 투쟁 노선을 바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오는 15일 오후 광화문에서 총파업대회를 연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정부의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6.7.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정부의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6.7.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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