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시 뽑기', '전봇대'와 다르려면...

[기자수첩]'가시 뽑기', '전봇대'와 다르려면...

유영호 기자
2013.03.12 07:48
↑유영호 머니투데이 경제부 기자
↑유영호 머니투데이 경제부 기자

"정부 지원은 바라지도 않으니 최소한 규제와 법 문제나 좀 해결해 달라. 이번 정부는 제발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스마트 헬스케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한 중소기업이 쏟아낸 불만이다. 신시장 개척을 위해 3년을 공 들여 제품과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법제도 때문에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풀어 논 하소연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발전을 수용하지 못하는 각종 규제가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례로 융합신제품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트럭지게차는 제품을 개발한지 4년이 흐른 지난해에야 시장에 출시됐다. 트럭도 아니고, 지게차 아닌 탓에 어느 한 곳에서도 인증을 받지 못해서였다.

미래특수금속은 구리와 알루미늄을 크레딩(서로 다른 금속을 강하게 결합시키는 기술)한 전선을 독보적 기술력으로 개발했지만 수출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리 법에는 구리나 알루미늄 어느 하나로만 전선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판매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본임상을 진행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산업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수년째 의료법에 묶여 국내 시장 규모는 '제로'에 머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5대 국정목표 중 가장 먼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전략에 대해서는 대체로 한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제조업과 서비스 등 전통적 산업이 새로운 시장과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융합형' 성장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융합시장은 IT분야만 놓고 봐도 지난 2010년 1조2000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3조6000억달러(약 4000조원)로 3배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300조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13년 이상을 쓸 수 있는 규모다.

이런 융합시장을 선점하기 이해서는 무엇보다 기술발전에 걸 맞는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 뽑기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으나 결국 이름만 다를 뿐 취지는 앞선 정권들과 똑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부터 '대불국가산단 전봇대'로 대표되는 규제 혁신에 매진했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문제는 실천이다. 국정 정상화에 착수한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이 주목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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