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기업인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다. 현행 국정감사나 청문회 운영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불출석자에 대한 처벌만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지난 2월초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행 '국회 증언감정법'을 대폭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불출석자에 대한 강제구인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처벌수위도 한단계 높였다.
지난해 국감 불출석자에 대한 고발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월초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과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4대강 공사 담합 의혹과 관련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도 정무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지난해 10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건 등으로 국감 증인출석을 요청받았지만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전날에는 국회 정무위로부터 고발당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측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정상을 참작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벌금형을 피할 수 없었다.
재계나 학계는 증인이나 참고인이 여야 정치협상으로 결정되고 인신공격성 질문이 다반사로 이뤄지는 현행 국회 운영관행에서는 기업인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심지어 재계총수나 전문경영인을 마치 1980년대 5공화국이나 광주민주화 청문회 증인처럼 막 다룬다고 문제 제기한다. 물론 국회가 헌법기관인 만큼 재계총수도 증인 출석에서 예외일수 없다. 하지만 이것도 합리적 제도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대부분의 증인들은 어렵사리 시간을 내 국회에 출석해도 별다른 질문을 받지 않고 그냥 가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26명의 증인 중 질의를 받은 최고경영자는 이형희 SKT부사장, 소진세 세븐일레븐 대표 등 1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2명은 한마디 질문도 받지 못하고, 하루 종일 국감장만 지키다 돌아가야 했다.
현행 운영관행에 대해 국회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개별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총수라면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는데 현안과 무관한 질문뿐만 아니라 인신공격성 질문까지 난무하니 국회출석을 꺼리는 거 아니겠느냐”고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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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목소리는 아직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국회의원들중 상당수는 재계총수나 전문경영인을 국회에 불러 혼내는 것에서 ‘권위’를 세우려고 한다. 또 이들을 혼내키는 의원들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업인들이 범죄자가 될수록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민생국회’는 요원해진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지선 회장에 대한 벌금형이 선고되는 날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0% 성장에 그쳐 2011년 3.7%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민간소비 둔화와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이 성장률 둔화를 가져온 것. 특히 기업설비투자 성장률은 2011년도 3.6%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1.9%로 대폭 줄어들었다. 설비투자 부진은 국내외 경기침체 영향이 크지만 '경제민주화' 등 기업총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분위기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다.
여야가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발행을 통한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국채는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시장논리에 맞게 자발적으로 설비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정치권이 도와준다면 빚을 내면서까지 일자리 추경을 편성할 이유는 없다. 불합리한 국회출석 요구만 줄어들어도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정치권은 민생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