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추경을 경기부양 마중물 삼으려면

[광화문] 추경을 경기부양 마중물 삼으려면

박영암 정치부장
2013.04.11 06:00

4월 임시국회에서 최대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할 예정이다. 2% 초반의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려 연 30만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추경편성에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찬성하기에는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적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은 추경 재원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이 국채발행에 소극적으로 찬성하기에 최종 발행규모는 다소 유동적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어 전액 국채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1000조원의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의 주름살은 더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국내 기업들에도 결코 반가운 얘기가 아니다. 새로 발행될 국채는 시간의 문제지 언젠가는 가계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빚이기 때문이다.

국채가 20조원 발행될 경우 국민 1인당 40만원가량 새로 나라 빚을 떠안는다. 지난해 1인당 국가채무가 888만원이었으니 이번 국채발행으로 채무부담액은 930만원으로 늘어난다. 기획재정부의 전날 발표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지방정부채무를 포함, 443조8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34.9%나 된다.

국채발행은 지난해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일등공신인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 사실상 2014년까지 균형재정을 맞추겠다던 이명박정부의 계획은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한 번 훼손된 재정이 균형을 되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재정위기에 시름하는 유럽과 중남미국가가 잘 보여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없다. 국민에게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면서도 송구스러워 하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추경을 편성하지 않으면 하반기에 '한국판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추경의 경기부양 순기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관료와 정치인이 얄밉기만 하다.

사실 올해 세수전망을 과다추정한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예산안을 부실심사한 국회의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특히 서너 달이면 거짓으로 들통날 공기업 지분매각을 세입으로 잡은 재정부 관료들의 배짱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난해 예산을 편성한 관료들은 "재정 하나는 제대로 관리해왔다"는 선배들의 자부심마저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도 행정부를 탓할 처지가 못된다. 해를 넘기면서까지 예산안 계수조정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실심사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여야 할 것 없이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가량 따낸 후 벼락치기로 통과시켰다. 그런 다음 '선진의정 견학' 명목으로 외유를 떠났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해명도 용납되기 힘들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할 때는 스스로 먼저 명분을 세우는 것이 정도(正道)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원발굴 노력 못지않게 불요불급한 지출감소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대통령의 복지공약조차 살림형편에 맞게 유연하게 집행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만성적자인 공공기관을 어떻게 구조조정할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 국정철학만 공유해서는 '돈 먹는 하마'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정치권도 세비감소와 연금폐지 등 지난해 총선부터 약속한 개혁을 좀 더 과감히 이행했으면 한다. 국민들과 고통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와 행동을 확인하고 싶다. 나아가 현재 논의중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임위화'나 '비용추계서 첨부 의무화' 등 예산 부실심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자기희생적인 모습이 진정성을 담을 때 국민들은 빚으로 집행된 추경이 경기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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