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적인 언급으로 사회적 자본 수준이 도마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원전비리, 교육비리, 보조금 누수,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문제 등을 보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며 "이런 문제들은 1~2년 사이에 벌어진 것이아니라 구조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고착된 것들"이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사회적 자본, 즉 신뢰·원칙·규범·법치주의 등 '무형의 인프라'부족을 우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내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본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로 평가했다. 일찍이 미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1995년 출간한 '트러스트'에서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분류하면서 구성원간 불신 때문에 사회 전체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신뢰'를 8번 사용하면서 사회적 자본 축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사회적 자본의 부족은 일자리 창출을 제1의 국정과제로 내세운 현정부에도 적잖은 부담이 된다. 정부와 기업, 노조 등 경제주체들이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고용률 70%-중산층 70%' 달성을 위한 '대타협'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벤처중소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육성, 일자리를 만든다는 경제부흥 전략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힘들게 개발한 지식재산권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이런 점에서 신뢰와 원칙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강조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박근혜정부는 정보공개와 인식개혁을 통해 사회적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부패를 유발하는 관행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범국가적인 사회적 자본 확충 노력과 인식 개혁이 필요하다"며 " '정부 3.0'이 표방하는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이라는 4가지 핵심가치가 구현되면 우리 사회는 신뢰라는 큰 사회적 자본이 형성될 것돲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바람대로 신뢰와 원칙의 무형재산이 증대되면 3%대 중반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한국경제에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다. '밀양송전탑' 갈등처럼 GDP(국내총생산)의 25%로까지 추정되는 사회갈등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한 성장 기대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사회적 신뢰 수준이 10%포인트 상승할 때 한국경제도 0.5~0.8%포인트가량 성장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회적 자본 확충은 대통령 혼자서, 그것도 단시일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뢰와 원칙이란 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도로와 항만처럼 막대한 비용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기득권 집단과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정부 3.0'이 표방하는 개방·공유·소통·협력'은 '원전마피아' '모피아' '귀족노조' 등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집단에게는 달갑지 않은 변신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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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자는 이야기가 강자가 약자를 위협하는 수단이 아니라 약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안전판이 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법치주의는 아직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진성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꺼번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고 하면 부작용을 낳기 쉽다.
취임 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일관되게 실행해 나가면서 신뢰받을 때 사회적 자본도 박 대통령이 바라는 선진국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