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데 은행은 가장 완벽한 ○○산업이다'

은행이 심상치 않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났다. 최고경영자(CEO)가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고 전 은행이 점포 축소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저금리 기조 하에서 NIM(순이자마진)의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다시 상승하기 전에는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은행이 과거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할까. 2000대 중반 은행권은 1년에 15조원의 안팎의 순이익을 거뒀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3% 수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에 육박했었다.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은 9조원, ROA와 ROE는 각각 0.49%, 6.41%에 불과했다.
은행 전체 이익에서 이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으로 82%. 전체 은행 수익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에 불과하다. 금리(이자) 수준에 따라, 또 국내 경기에 따라 이익이 출렁이는 수익구조다. 불행히도 한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서 2000년대 수준의 성장률과 금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은행 수익성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될 수 없는 이유다.
답답한 것은 이 수익구조가 10년 전과 똑같다는 점이다. 2003년 은행 전체 이익에서 이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6%, 비이자부문 이익 비중은 14%였다. 2003년에도 비자이자부문 이익을 늘리고 해외진출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했지만 10년이 지난 2013년에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 흘렀지만 은행은 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을까. 철저히 보호받았기 때문이다. 2003년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통합된 것을 제외하고 10년간 은행권에서 퇴출된 기업도, 새로 진입한 기업도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금융당국은 먹고 살 만큼의 가격(금리와 수수료)을 받도록 해 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와 수수료를 내리도록 강제했던 금융당국이 수익성이 너무 악화됐다며 앞장서서 수수료 현실화(신설 또는 인상)를 들고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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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보호(혹은 과잉간섭)'를 받는 동안 은행에는 앞장서서 변화를 시도할 CEO도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은행산업에는 혁신도 역동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요새 유행하는 광고 카피에 빗대면 '단언컨데 은행은 가장 완벽한 정체산업'이 돼 버렸다.
금융당국은 하반기에 향후 10년의 금융산업 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당국이 만드는 비전은 금융산업을 더 수동적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정작 지금 금융산업에 필요한 것은 치열한 경쟁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뼈를 깎는 체질개선 그리고 이를 이끌 CEO가 나올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