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괘씸죄에 걸릴까봐 잘못된 얘기라도 반박도 못하고 국감기간만 지나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이나 기업의 문제점이라고 발표하는 내용의 일부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말을 못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전하는 속사정이다. 기업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설 법도 하지만 국회와 맞서는 듯한 모습을 보일까봐 조심한다. 게다가 혹시라도 자료를 발표한 해당 의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가 갖고 있는 파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권력은 정치권에 있다. 정치권력이 4년이나 5년으로 시장의 권력보다는 수명이 짧고 제한적이지만 힘을 쥐고 있는 동안은 그 어떤 권력에도 앞선다는 점을 기업들이 잘 알고 있어 몸을 바짝 낮춘다.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신하는 대의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를 살피는 '신성한' 행위다. 의원들은 평소 의정활동 기간에도 그렇지만 국감 기간에는 특히 국리민복을 위한 활동에 전념해야 하고 대부분 국회의원은 그렇게 한다고 국민들은 믿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감을 의원 자신의 PR(홍보) 경연장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도 졸속, 호통, 폭로성의 호도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잘못 쓰는 경우다.
올해 국감은 감사 대상 정부기관 수나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의 수가 사상 최대 규모이다보니 의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국민들의 눈에 띄기 위한 경쟁에 더욱 치열하다. 올해 피감 대상은 국가기관 285개, 공공기관 280개, 광역자치단체 31개 등 총 630개다. 지난해 557개에서 73개가 증가해 처음으로 피감기관이 600개를 넘어섰다.
또 증인으로 신청된 기업인만 200명에 가깝다. 지난해 164명보다는 32명이 많고, 2년 전 국감의 80명과 비교하면 2.5배다. 국감이 진행될수록 추가 증인 신청 등의 요구가 늘고 있다.3주 안에 이 많은 피감기관과 증인을 불러 국정감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국회의원들은 국감 기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져나오는 동료의원들의 국정감사 발표 자료보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해 자극적 제목과 무리수를 던지기 쉽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국감이 진행됐지만 벌써 이런 현상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국회로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은 A기업은 프로젝트 전체를 수주해 해당 부품 물량은 중소기업에 넘겨줬는데도 이를 문제삼는다며 억울해 한다.
휴대폰사업자들도 해외보다 국내에서 비싸게 판다거나, 국내에서의 이익률이 높다는 한 의원의 지적에 대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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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계산하면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데이터의 왜곡이 발생한 것.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 규모를 3배 이상 잘못 산정해 이익이 부풀려 알려지는 것은 물론 해외 판매분은 저가제품 비중이 높아 평균가격이 낮은데 이를 일률적으로 언급해 국내가 더 비싸다는 논리를 끌어들이는 오류를 범하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못한다.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도 높다. 그래서 국감장이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장소로 전락해 무리수를 두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
국회 주변의 벚꽃처럼 한순간 활짝 피었다가 지는 '벼락치기' 국감이 아니라 항상 푸른빛을 잃지 않는 상록수와 같은 국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쟁으로 보낼 시간에 공부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국회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