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차단을 위한 몇 가지 고언

[기고]AI 차단을 위한 몇 가지 고언

세종=정혁수 기자
2014.03.07 06:00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최규 교수

연초부터 우리 축산업계를 강타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AI 역학조사위원회가 이번 HPAI의 국내 유입원인을 ‘철새’로 잠정 지목한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논란은 정서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인 상식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국내 1호 산란계 복지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 ‘지나친 조치’라는 비난여론이 있었다. 복지농장의 닭은 다른 농장보다 면역력이 강할 수는 있겠지만 AI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과정은 여타 농장의 가금류와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축사가 개방되어 있어 일반적인 축사 내부 사육방식보다 AI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둘째, 예방적 살처분은 AI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방역조치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안이한 방역은 아니한 방역과 다르지 않다". 일례로 예방적 살처분이 지연된 충북 음성지역의 발생농가 3km 이내의 오리농가에 대한 사후검사 결과, 약 80%가 이미 AI에 감염되어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일부 농가에서는 항체까지 검출되어 감염시간이 꽤 경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만약 이런저런 논란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계속 지연시켰다면 더 많은 지역의 농장으로 AI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더 많은 가금류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것이다. 예방적 살처분은 AI 확산방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이며, 가장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조치임에 틀림이 없다.

셋째, 지난 1월 정부 AI 역학조사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역학조사결과를 토대로 '철새'를 이번 HPAI의 국내유입원인으로 잠정 발표하고, 확산 방지를 위하여 가금농가의 차단방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차단방역을 제대로 하는 것이 AI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철새이동에 따른 AI 발생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인접국가간 철새 이동경로 추적, 방역정보채널 구성 등 적극적인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또한 농식품부,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AI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부 내 AI 전담조직 신설이 시급하다. AI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국 가금농가에 대한 AI 상시 예찰, 철새 이동과 연관한 국내·외 감시 활동, 인수공통전염병으로의 바이러스 변이 감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선제적 방역대책 수립 등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평시에 AI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1개 실험실 인력 4-5명에 불과하며, 막상 AI가 발생하면 다른 가축방역·검역 등 현안업무 종사자들을 수 십명씩 돌려막기식으로 투입하고 있다. 현 체계로는 AI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 AI 연구·관리·대응 등을 위한 전담조직 신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공장식 밀집 사육'에 관해서는 높아진 동물복지 수준과 우리나라의 국격을 감안할 때, 유럽 등 선진국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동물복지농장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사정과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경제적인 가격에 공급해야 하는 축산업의 특성, 그리고 식량안보라는 차원을 감안할 때, 과연 어느 수준까지 복지농장을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난 1월 AI 발생이후 AI 국내 유입원인, 지역 및 농장간 전파, 예방적 살처분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의 확산 방지에 힘을 모아 질병을 조기 종식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AI와 관련된 정부, 학계, 민간조직이 지혜를 모아 향후 AI 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선진 방역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지금 고민해야 할 과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