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대국민사과와 함께 국가개조 방안들을 내 놓았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이권개입, 퇴직 후 산하기관에의 재취업 등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 적폐를 해결하고, 공무원의 인사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제도화하고, 실제 집행에 옮겨져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인사개혁을 위한 민관위원회(가칭 인사혁신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하고 민간위원을 위원장이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공직구조의 큰 그림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집단의 이익에 사로잡히거나 사회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공직사회의 문제점은 공직 내부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관료는 집단적 동질성이 강하고 응집력이 높기는 하지만 정치권에 늘 휘둘려오고 있다. 관료의 충성대상이 국민이어야 하는데, 정권적 차원에서 관료 길들이기를 하고, 관료는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정치권력에 줄 대기를 하는 일들을 없애야 한다.
공무원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올바른 국가관과 공직가치를 지니고 열정적으로 공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 역시 정비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 있는 고위공무원이 조기 퇴직하는 문제도 없어져야 하고 무능한 공무원도 퇴출시키지 못하는 '신분보장'도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 또한 권한부여를 통해 중간계층이나 하위직의 경우도 책임 있는 행정을 할 수 있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제시된 대책들 가운데 논란이 뜨거운 것이 5급 공채 축소와 민간경력자 채용의 확대다. 5급 공채 축소에 대해 그나마 남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이동성'을 높일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더 이상 공직에의 입문이 사회적 신분상승과 출세의 수단으로 인식돼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21세기 공직자'상에 적합한 투철한 공직관과 역량 있는 관료를 선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용할 직위에 따라 직무중심의 구체적인 자격요건을 마련하고 객관적이고 철저한 역량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민간경력자 채용의 문제점은 역량 있는 민간전문가에게 별로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면접에서도 민간면접위원들의 평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구성과 의사결정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또 다른 정실주의에 휘말릴 위험성 또한 크다. 이 때문에 무턱대고 민간채용 비율을 늘리기 보다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방형 임용' 확대의 경우도 개방형 직위의 재검토를 통한 재지정과 개방형 임용자의 임용기간의 확대, 개방형임용자의 경력개발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유능한 민간전문가가 공직에 뜻을 품고 지원할 것이고, 임용된 후에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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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발시험위원회 설치는 정실인사를 차단하고 공정한 충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위원회의 설치뿐 아니라 '전형 방법'의 획기적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예산 한계가 있지만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정말 좋은 인재를 공직에 뽑을 수 있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예산을 아끼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사람에 대한 좋은 투자'이기 때문이다.
순환보직의 문제는 우리나라 공직 사회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고질적 문제다. 계급제 공직구조를 기반으로 직위분류제적 요소를 보완한 현 공직구조에서 소위 '을'형 보직경로를 통해 좋은 보직과 빠른 승진이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전문성을 갖춘 소위 '00 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공무원도 많이 길러낼 수 있다. 늘 불편해 하는 '소수 직렬'의 문제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승진을 희생하더라도 다른 보상을 통해, 직렬을 세분화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퇴직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 제한은 강화해야 한다. 현재 법규를 정비해 훨씬 강화된 규정으로 만들고 예외규정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유능한 공직자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이 사회적 손실이라는 하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고소득을 보장받는 그런 자리가 아닌 자리에서 사회를 위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공무원이 가지 못하는 그 자리를 자칫 정치권의 낙하산이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산하기관의 임원임용에 있어 그 직위에 필요한 역량을 구체화하고, 이에 적합한 인재를 공모 심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임원추천위원회 등이 명실상부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정권자체도 더 이상 이런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 것은 평범한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