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난 19일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에서 안전을 떼어내겠다는 대통령의 발표는 적어도 나에게는 세월호 참사소식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해경과 안행부의 재난안전관련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하는 것을 물론 국가안전체계를 안전히 뒤집어엎는 거대한 계획을 공론화 과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무슨 '깜짝 쇼'하듯 발표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엔 나만 모르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바로 내 주위에서 그러한 내용을 들어봤다는 안전전문가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전은 정치다. 안전규제는 필연적으로 다수의 이해관계자간 이해가 충돌한다. 같은 목적의 안전규제라 할지라도 여러 방법과 수단이 존재한다. 또 안전규제는 상호간의 약속이다. 따라서 좁게는 이해당사자간, 넓게는 사회적 또는 국민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합의된 결과도 중요하지만 합의과정도 중요하다. 합의를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안전규제와 규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은 정치인 것이다. 사회적 공론화와 소통이 깡그리 무시된 이번 발표는 그 발상 자체만으로도 위험한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문제를 고치려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것도 겉으로 드러난 문제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증상은 눈에 쉽게 띈다. 고치기도 쉽다. 그러나 증상치료는 일시적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놔 둔 채 증상만 치료하면 속으로는 병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민들은 우리나라 안전체계를 완전히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늘 당장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야 말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바꾸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안전관리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가 바로 원인과 문제점이 파악되기도 전에 이미 대책부터 발표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전지전능하다고 해도 사고수습도 채 끝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 대안을 발표하는 것은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잘잘못은 잘잘못대로 따지기로 하자. 그러나 제발 앞으로 국가안전관리체계는 시간을 갖고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 빠졌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초기대응이 중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안전관리체계에서 사고 이후의 재난관리체계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인 것이다. 사고는 그냥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예방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연이은 대형 참사는 결코 우연히 발생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부문을 가리지 않고 사고발생 위험은 거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그 원인을 한마디로 '규제완화'라고 할 수 있다. 안전은 곧 규제다. 안전은 그 속성상 규제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은 곧 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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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규제가 개혁 대상이 것은 신경제 및 세계화를 주장한 김영삼 정부에서부터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김대중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에서도 규제개혁 또는 규제합리화라는 미명아래 규제는 줄기차게 완화내지는 철폐돼 왔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의 전봇대를 뽑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규제개혁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어느 특정한 사안이나 규제를 풀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였다면 이명박 정부이후부터는 규제를 '악이냐 선이냐'하는 이념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규제개혁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나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밀어붙이거나 밀리거나 하는 문제가 된다. 규제에 관한한 규제기관과 피 규제기관의 위치가 바뀔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갑을관계가 바뀐 것이다. 규제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철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5년 내내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됐다. 각종 안전규제체계는 서서히 붕괴됐다. 박근혜 정부에 와서 그 강도가 더욱 세졌다. 규제는 '암 덩어리'가 됐고 반드시 쳐부숴야 할 철폐의 대상이 됐다.
지금 갖가지 사고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해체된 안전규제와 사회분위기는 쉽사리 복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불행하게도 당분간 우리는 각종 사고로부터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해경 해체보다 더 시급한 것이 안전규제를 복원하는 것이다. 규제개혁에 대한 반성이 없는 한 국가안전관리체계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안전규칙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 역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