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현지에서 가전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잠을 못 이룬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메이저 전자 기업들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매달 줄어가는 주문량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 전자업체들이 현지 가전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면서 한국산 제품들이 예전 같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
A씨는 "최근 1~2년 새 한국 전자업체들의 주문량이 계속 줄고 있어 공장을 언제까지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중국 로컬 전자업체에 납품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2012년 가을, 중국 칭화대의 MBA수업에서 '짝퉁 애플' 샤오미는 단골 토론주제였다. 한정수량 예약판매 방식을 고수해 온 샤오미는 판매개시 수 분만에 매진되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렸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샤오미가 한국기업을 이미 앞섰다'는 주장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이로부터 약 2년 뒤 샤오미는 중국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에 품질까지 향상된 결과다.
최근 한 국내 IT모바일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 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과거의 생각을 버렸다. 평소 2~3개의 최신 스마트폰을 늘 가지고 다니는 그는 "이미 품질에서 (샤오미 제품이) 한국 제품들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국 전자업체들의 '굴기'(堀起: 보잘것없는 신분으로 성공하여 이름을 떨침)가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 한국 주요 전자 기업들이 제품 품질 및 브랜드 등 '프리미엄'을 누릴만한 여유가 있겠지만, 중국 기업들의 추격은 이제 체감할 정도다. 더구나 이들 '추격자'들은 한국의 삼성과 LG를 '정조준'하고 추월에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세계 정상에서 호령해 온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중화권인 대만 이노룩스가 지난 8월 대형 LCD 부문에서 한국 업체가 5년간 지켰던 왕좌를 단숨에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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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와 일본이 한국 땅을 노리던 1910년대 '구한말'을 빗대 경제영토를 두고 다투는 2010년대에는 '新 구한말'이 도래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던 한 재계 총수의 말이 기억난다.
구한말처럼 내홍으로 주도권을 남에게 내줄 것인지, 아니면 힘을 합쳐 앞으로 나가 승리할 갈 것인지는 우리 기업들의 불굴의 마음가짐과 정치권과 범정부적 지원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