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한국은행의 쓸데없는 걱정

[MT 시평] 한국은행의 쓸데없는 걱정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전 이사장
2014.10.10 07:48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그동안 관찰한 바로는 한국은행의 사고방식이나 업무처리는 대체로 물가와 성장의 2차방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가령 성장을 거론하면 먼저 물가부터 걱정하는 식이다. 본인의 판단으로는 한국은행의 물가 걱정은 그야말로 기인우천(杞人憂天)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옛날 중국의 허난성의 기(杞)나라 사람들이 하늘이 무너질까 봐서 침식을 잊고 근심 걱정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쓸데없는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뜻이다.

이미 물가는 한국은행의 수요조절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력 보다는 해외물가의 직접적인 영향이 더욱 크고, 성장도 물가와의 상관관계보다는 부동산이나 주가 등 자산가격의 변화와 더욱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물가와 성장의 관계가 약화되고 있는 반면에 자산가격의 중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급증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총액은 약 87조 달러인데, 그동안 3차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서 2009년 말에 비하여 자산가격이 무려 30%정도 급증하였다. 미국 GDP의 두 배에 가까운 20조 달러규모의 자산증가는 소비와 투자 등에 파급되어 미국의 실업율을 위기시의 10%에서 평시의 6%대로 회복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물가지표는 평상시의 목표인 2%는 고사하고 오히려 낮은 1%대에서 움직여왔다.

이러한 사례는 분명히 케케묵은 중앙은행의 업무 매뉴얼을 크게 벗어난 것이고, 일반인들의 경제상식에도 어긋난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행도 이제 사고방식의 틀도 바꾸고 업무 매뉴얼도 통째로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시야를 넓혀서 경제주체들은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변화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그동안 화폐 발행고나 본원통화의 규모 등 부채계정 위주의 업무운용에서 벗어나서, 자산계정의 규모나 자산의 운용의 다양화 등 한국은행 자체 대차대조표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화시켜나아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3차원적인 방정식의 해법을 정부당국과 함께 머리를 싸매고 밤샘토론을 해도 부족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가령 정부당국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서 협조를 요청한다고 치자, 현재의 한국은행 업무 매뉴얼대로 라면 협조는 고사하고 기절해서 뒤로 넘어질 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에서 변화를 싫어하며 우리보다 더 보수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은 2002년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중앙은행이 이례적으로 주식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이래 일본은행은 현재 일본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약480조엔)의 1.5%에 상당하는 7조엔 규모의 주식(ETF포함함)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도 매일 오전 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하루 100억에서 200억엔 규모로 주식을 매입하여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요즈음 일본 주식시장이 잘 나가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한국은행이 단순히 금리를 조정한다고 해서 한국경제에 충분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것은 커다한 착각이다. 별로 특별한 내용이나 효과도 없는데 짐짓 현묘한 것처럼 꾸미는 고룡현허(故弄玄虛)라고나 할까?

단순히 금리 조정을 통해서 이 시대가 한국은행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다하였다고 한국은행 스스로 생각한다면 그 것은 업무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것이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라도 조금 하향 조정해주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정부 당국자가 있다면 그 것은 오늘날 우리경제가 처한 현실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열정도 없고 식견도 부족한 상황에서 나오는 경제정책의 효과란 것은 뻔하다. 민초들만 황량해질 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천상희 편집위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편집위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