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나라 애공이 공자의 제자 유약에게 물었다. “(어떤)해에 기근이 들어 쓸 것(재정)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겠소?”
유약이 대답했다. “어찌 10분의 1을 과세하는 제도(철법)를 하시지 않습니까?”
애공이 물었다. “10분의 2로도 나는 오히려 부족한데, 어떻게 철법을 쓰라는 것이오?“
유약이 대답했다. “백성이 풍족하다면 임금께서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시지 않겠습니까?. 백성이 부족하다면 임금께서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시겠습니까?”(‘논어’ 제 12편 안연 중에서)
세금과 관련, 고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목이다. 약 2500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춘추전국시대나 지금이나 세금정책은 국정운영에 있어 가장 뜨겁고, 민감한 이슈다. 국가 입장에선 쓸 곳은 많은데 늘상 걷히는 것은 부족하고, 반면 국민 입장에선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이것저것 내야할 세금만 늘어간다. 어찌보면 세금은 국가 체제의 등장 이후 국가와 국민 간에 필연적으로 잉태된 ‘갈등’의 씨앗인 셈이다.
연초부터 세금 문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도 이를 반영한다.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담뱃세를 올리자 팍팍한 삶에 지친 서민들은 울상이 됐고, '13월의 세금폭탄'까지 투하되자 '유리지갑' 직장인들은 멘붕에 빠졌다. 불만과 분노는 임계치에 도달했다.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 등 날선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을 보노라면 이래저래 연초부터 늘어난 세금에 ‘악’소리를 내며 '열'받은 국민들만 불쌍한 뿐이다.
다시 애공과 유약의 대화로 돌아가보자. 유약이 제시한 해법은 단순히 세금을 늘리냐, 줄이냐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군민일체(君民一體) 또는 국민일체(國民一體)를 제시한다. 이것만 가능하다면야 세금을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그 어려운 IMF 구제금융 시절에도 집안에 있는 금붙이라는 금붙이는 싹싹 긁어모아 내놓은 것이 우리 국민들이다.
핵심은 어떻게 군민일체를 이루냐다. 유약의 말대로 풍요로움도 부족함도, 증세도 복지도 ‘더불어 함께 할 누군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철옹성'같던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최근 30% 아래로 떨어진 상황도 단지 세금폭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쌓여온 ‘더불어’의 부재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슬픔과 자괴감에 몸서리치던 국민들이 열광했던 인물은 우리에겐 다소 식상한(?) 이순신이었다. 영화 ‘명량’은 1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각종 관련서적들은 서점가를 장악했다. 왜 그 시점에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부활했고, 왜 대한민국은 그의 이야기에 그토록 빠져들었을까. 400년 전의 이순신을 되살려낸 것은 바로 현실의 리더십에 대한 답답함과 막막함이었다. 당시 국민들이 갈망한 것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참혹한 전장에서도 백성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던 인간 이순신이었다.
"전령선을 보내서 피란민들을 타일러 육지로 올라가게 하였다."(‘난중일기’ 정유년 9월 14일중에서) 이순신이 명량해전 이틀 전에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그는 목숨을 건 싸움을 앞두고서도 피난민들을 챙겼다. 또 피난민 행렬을 만나면 말에서 내려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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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다가오고 있다. 음력 새해에도 우리는 또 역사속에서 그 누군가를 불러내 위로받아야할까. 과한 기대일지 모르나 2015년에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리더십'이 국민과 더불어 호흡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