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케팅 혁신을 통한 '제조업 르네상스'

[기고]마케팅 혁신을 통한 '제조업 르네상스'

오동윤 교수
2015.05.18 06:10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선진국의 제조업은 영광을 뒤로 한 채 그 자리를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에 넘겨줬다. 하지만 요즘 선진국은 다시 제조업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제조업 르네상스'다. 미국은 2009년부터 '미국 재건'을, 독일은 2012년부터 '산업 4.0'을 추진했다. 2010년(기준점 100) 이후 2015년 1분기까지 미국과 독일의 제조업 생산은 각각 14.9%, 10.6%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8.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가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제조업 생산기지의 복귀다. 미국의 제조 기업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제조업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매년 14만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제조업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매년 최소 1만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또 미국 제조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에서 300만~400만개의 고용 효과를 유발하고 있어 앞으로의 기대치도 높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국가 경제 뿐 아니라 제조업 본연의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미국경쟁력위원회와 딜로이트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역시 과거의 경쟁력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2010년 3위에서 2013년 5위로 떨어진데 이어 2018년엔 6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추격'에 그 자리를 내줬고, 이제 선진국의 '역습'에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핵심인 혁신을 점검하면 부진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 제조업의 4대 혁신 과제인 '제조, 공정, 조직, 마케팅'은 비교 대상 32개국 중 29위다. 그나마 제조와 조직 혁신은 상대적으로 우수하지만, 공정과 마케팅 평가에선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케팅 혁신 부진은 우리의 산업화 정책과 관련이 있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기업간 납품이 판매와 마케팅의 중심이 됐다. 즉 다른 기업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특히 제조 중소기업의 판매는 국내시장이 86%를 차지한다. 이 중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비중이 97%에 달한다. 주문을 받아 생산하니 필요한 중간재만 생산하면 되기 때문에 공정 혁신은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관행처럼 굳어진 주문과 납품 관계 속에서 마케팅 역시 생소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

한국도 '제조업 혁신 3.0'을 통해 선진국처럼 제조업 부흥을 꾀하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아 그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략과 과제를 들여다보면 '공정과 마케팅'은 외면한 채 여전히 제조와 그에 필요한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미 수출시장에도 경고음이 들린다. 수출은 제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는 다음달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맞춤형 지원을 내놓고, 수출마케팅 예산을 늘리고,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선에서 '종합백화점'식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단기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마케팅 혁신부터 체계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비록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겠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기업 스스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글로벌시장에 대응하는 내성을 키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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