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국가에 의한 그린벨트 훼손

[MT 시평] 국가에 의한 그린벨트 훼손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2015.06.0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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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6월 국토부는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방안’(이하 5.6대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5.6대책은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이하 GB) 관리의 필요성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규제개혁의 일환이다. GB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3조에 의하면 구역의 지정 및 해제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 보전’ ‘국가안보상 문제’ 등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5.6대책은 이러한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전시성 규제개혁의 한 조치로 발표된 것이다. 이는 국가에 의한 GB 훼손의 또 다른 모습이다. GB제도가 도입된 이래 GB 훼손의 90%(면적 기준) 이상은 공공(국가)에 의한 것이다.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에는 그린벨트하면 보존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이제는 GB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를 해소한다고 하는 개발적 가치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생겼다”고 언급했다. 이를 반영해 나왔다면 5.6대책은 GB의 지정 및 관리 특별조치법 제3조 규정을 어긴 꼴이 된다. 제3조 ‘GB의 지정 등’에는 ‘주민들의 생활불편 해소,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 개발가치 차원’ 등의 원칙이나 기준이 없다.

5.6대책에서 제시된 GB 규제개혁의 백미는 ‘30만㎡ 이하 해제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것이다. GB제도가 도입된 이래 해제권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비축, 도시의 연담화 방지 등을 위해 GB의 지정과 해제 등은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해왔다. 따라서 해제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은 GB제도의 정신과 원칙 자체를 저버리는 반역사적인 정책 결정이 될 수 있다. 해제총량 범위 내 허용, 관계부처 사전협의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 어느 것도 GB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안전장치가 아니다.

GB 내 축사 등 건축물이 밀집하거나 무단 용도변경으로 훼손된 지역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하는 ‘공공기여형 훼손지정비제도’는 ‘돈 받고 도둑 풀어주는’식 정책이다. GB 훼손은 정부의 관리소홀로 초래된 만큼 훼손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고 유예를 하더라도 훼손에 대한 부담을 면제해줘서는 안 된다. 훼손을 방치하고 또한 부담금마저 면제해주는 것은 정부가 직무를 두 번이나 유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훼손에 대한 부담금은 현물(건물, 토지)로 언제가 납부토록 해야 하고, 훼손지는 본래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을 관리의 최우선 원칙으로 해야 한다.

양성화를 통한 불법 물류창고 허용, 주유소에 세차장 및 편의점 등 부대시설 설치 가능, 기존 부지 내 공장의 증축(건폐율 20%까지) 완화 등은 모두 주민생활 불편 해소나 주민소득 증대를 위한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GB 거주자의 약 60%는 외지인이다(울산, 서울, 인천, 부산은 73%, 경기도 62% 등). 이런 상태에서 주민불편 해소 명분의 주거 및 생산시설 설치에 대한 규제 완화는 토지의 불법 사용 및 전용을 이미 하는 외지인들에게 엄청난 개발특혜를 안겨줄 수 있다. 특히 5년 거주기준 폐지는 투기적 외지인들의 유입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GB 내의 불법 투기적 개발을 부추길 소지가 대단히 크다.

5.6대책에 의해 해제가 추진되면 GB 해제총량의 42%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과밀집중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GB 해제면적 비율은 비수도권에 비해 수도권이 높고 사용면적도 수도권이 높아 GB의 추가 규제완화에 따른 개발기회는 수도권에서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에서는 개발기회 축소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전반적으로 더 커지게 된다. 그래서 5.6대책에 의한 GB 규제완화는 결국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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