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중국은 수출과 성장률 둔화로 이슈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세가 왕성한 산업들이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게 영화산업이다. 도대체 성장세가 얼마나 되나. 올 상반기에만 박스오피스 수입 203억6300만위안(약 3조74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51% 급성장했다. 지난 10년간을 봐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한 만큼,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로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매출기준 현재 영화산업 규모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약 60%긴 하지만 지금의 성장속도면 2~3년 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처럼 중국 영화산업이 고속성장을 질주하는 이유는 뭔가. 무엇보다 개인소득이 빠르게 향상된다는 게 첫째 이유다. 중국인들의 1인당 소득은 지난해 기준 7575달러지만 통계에 안 잡히는 음성소득까지 감안하면 1만달러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은 14억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구인데다 중산층 이상만해도 우리나라 인구의 6배인 약 3억명이다. 이들을 영화의 상시수요층으로 보고 이들이 1년에 2편을 보면 관람인구 6억명, 3편을 보면 관람인구가 9억명이나 된다. 둘째, 영화마니아층인 젊은 계층이 1가구1자녀의 외동자녀인 점도 영화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다. 워낙 귀엽게 자라나 부모나 조부모 용돈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층이 그만큼 두껍단 얘기다.
셋째, 중국 정부의 강력한 영화산업 진흥책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중국 정부가 바라보는 영화는 인민들 사상교육의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 중반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영화를 내수진작을 위한 핵심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매년 국무원 산하 신문출판광전총국(영화정책 및 관리담당)에서 각 지방정부에 대한 영화 육성 및 영화관건설기금 계획을 발표한다. 2000년 초만 해도 200~300개였던 중국 영화관이 10여년 지난 지금 그 10배 넘는 3200개나 건립된 것도 이들 정책 덕분인 셈이다. 넷째, 온라인·모바일 활성화도 중국 영화산업 성장에 절대적이란 평가다. 중국의 3대 인터넷업체로 불리는 배트맨(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이 각자의 영화관련 사이트를 갖고 티켓 할인판매 등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영화관객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바바와 탄센트는 중국 간판급 영화사 화이슝디와 손잡고 영화배급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그럼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영화스타일은 어떤 걸까. 물론 어떤 영화가 상영됐는지, 어떤 배우가 나왔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최근 2~3년새 중국에서 대박 난 영화를 보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고속액션물,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SF, 역시 어느 때나 마니아층이 있는 로맨스 그리고 최근 중국 사회의 스트레스를 반영해서인지 코믹물의 인기가 많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 상반기도 마찬가지 최고흥행작들 모두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과 액션이 주된 주제였다. 특히 ‘분노의 질주7’과 ‘어벤져스2‘가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하면서 할리우드영화가 중국영화 총수입(약 3조7448억원)의 53%를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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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미있는 건 할리우드영화가 중국에서 약진하면 할수록 할리우드가 중국관객들의 눈치를 엄청 본다는 점이다. 중국 영화시장이 워낙 크고 성장속도도 엄청나기 때문인데, 시장에선 할리우드 대신 “찰리우드(Chollywood)가 대세다”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얼마나 눈치를 보나. 예컨대 2012년 중국에서 상영된 ‘맨인블랙3’는 중국관객을 고려해서 중국 악당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삭제했고 2013년 중국 흥행 2위였던 ‘아이언맨3’에선 원판에 없던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또 최근 개봉한 ‘픽셀’에선 인도의 대표건축물 타지마할 묘가 파괴되는데, 원 대본은 만리장성이 파괴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중국 영화산업은 한동안 GDP의 3~4배 성장률을 보일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이 돈으로 우리나라 영화업계를 무차별 공습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어찌 보면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한·중 영화공동펀드, 영화수출 세금혜택, 중국이 합작영화는 규제하지 않는 점을 고려, 적극적인 합작인센티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