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성장’이라는 것은 ‘돈’처럼 부족하다고 해서 마구 빌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미래의’ 경제성장을 너무 앞당겨서 빌려 써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급락하며 경착륙 위기설이 불거지는 것도 어찌보면 ‘내실’보다 ‘수치’에 치중해 앞 만 보고 달려온 것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해 경제성장율을 6.9%로 발표했지만 이제 이 수치를 중국 내부에서조차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단적으로 중국 GDP에서 실질적으로는 20~30%를 차지한다는 부동산 시장의 투자금액은 9조5979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 성장에 그쳤다. 그런데도 어떻게 6.9% 성장률을 달성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은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물론 3차 서비스산업과 내수소비가 두 자릿수 상승했지만 6.9% 성장률은 그 수치의 정확성은 차치하고라도, 후대의 몫까지 앞 당겨 써버린 성장률 지상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과잉성장의 단면은 현장에서 얼마든지 엿볼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베이징에서 고속철을 타고 1시간30분이면 닿는 텐진시로 가보자. 중국 5대 1선도시 중 하나인 텐진시 빈하이신구에는 한때 중국의 맨하튼을 꿈꾸던 금융특별지구 ‘위자푸’가 있다. 텐진시가 세계적 금융중심지로 키운다고 했던 위자푸에는 어림잡아 2000억위안이 투자됐다. 그러나 초고층빌딩들이 즐비한 위자푸 중심가로 한발만 들어서면 드러나는 이곳의 실상은 당초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 빌딩들이 분양에 실패하며 골조공사조차 끝내지 못하고 흉물로 방치된 현장들이 수두룩하다. 일부 완공된 빌딩조차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유령도시다. 이 위자푸 곳곳에서 수십억위안짜리 빌딩들이 한창 공사를 벌일 때 만해도 이곳은 텐진 GDP는 물론 중국 GDP에 엄청난 순기능을 발휘했을 것이다.
5대 1선 도시가 이런데 지방의 2~3선 도시들은 말할 것도 없다. 위자푸가 허왕된 금융산업의 그림자였다면 네이멍구 어얼둬쓰시 캉바스 신도시는 석탄산업이 부른 유령도시다. 광물 자원이 풍부한 이 신도시는 석탄산업이 전성기를 맞으며 집값이 3~4배나 올랐지만 이후 산업이 크게 꺾이며 이제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막대한 지방정부 예산을 들여 완공한 캉바스는 어얼둬쓰시도 빚더미에 나앉게 했다. 허난성 정조우시 정동신구와 윈난성 쿤밍시 청공신청, 랴오닝성 잉코우시 잉동신청 등도 당장 필요하지 않은 도시를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개발해 유령도시로 만든 사례다. 전문가들은 중국에만 이런 유령도시가 50곳이 넘고, 그 면적만 6억㎡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도 이런 문제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해 말부터 공식석 상에서 수차례 올해 중국 경제가 무엇보다 ‘공급 측 구조개혁’에 총력전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중국 경제의 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자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부동산 재고나 과잉 생산,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중국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리커창 총리도 올초부터 산시성 일대 철강·석탄 기업들을 일제히 순시하며 올해 이 산업들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그러나 관건은 의지가 아니라 실제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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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증시나 환율, 기업의 변수들은 중국 경제에서 각론에 불과할 수 있다. 결국 중국 경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이제 더 이상 성장을 대출해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죽일지는 중국 정부 손에 달렸다. 하나 같이 지금까지 한다고 말만 많았지 공산당 내부 반대에 부딪쳐 번번히 실천하지 못했던 난제들이다.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진짜 두려움이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