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국립박물관과 에버랜드의 공통점

[광화문] 국립박물관과 에버랜드의 공통점

신혜선 문화부장
2016.03.04 03:10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물의 보고다. 에버랜드리조트는 우리나라 민간 테마파크 중 단연 최고라 할만하다.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까지 겸비한 테마파크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방문객 규모도 국내에서 빠지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만 따지면 연간 350만 여명, 전국 국립박물관(12개 지역과 1개 전시관)을 합하면 연간 850만 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한다. 에버랜드는 한 곳의 사업장임에도 연간 850만 명이 다녀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민간 테마파크를 일부러 비교할 이유는 없다. 다만 최근 두 조직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함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는데 엉뚱한 대목에서 공통점을 발견해서다. 그것은 주변에 대형 관광차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패키지 여행상품에 가입해 오는 단체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여행객의 큰 손인 중국 관광객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에버랜드도 나름 고민이다. 에버랜드는 지리적 요건을 가장 큰 이유로 분석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같은 원인에서 나온 결과라는 생각에 미친다. 우리 관광의 현주소는 ‘한류 관광 상품=(화장품)=쇼핑 관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 특히 단체 관광객들은 면세점이 가깝거나 명동과 같은 대형 쇼핑센터에 몰린다. 패키지여행을 주도하는 여행사에서는 이런 소비에 효과적이지 않은 동선을 넣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관광차는 잠실 롯데월드(면세점)나 경복궁과 명동 주변에 머문다’는 얘기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여행사들이 박물관 내 상품점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 40% 정도 할인을 요구하더라고요. 시내서 떨어져 있어서 그 정도 혜택을 줘야 오겠다는 겁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박물관을 찾는 숫자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저 ‘양’에 매달리는 건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한국에 오래 체류하는 이들(어학연수인 등), 한국의 문화가 진짜 궁금해서 발품을 팔고 다니는 개별 여행자들의 증가 추이를 보고 있다”며 “그 방문객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한다.

3일, 에버랜드에 ‘판다’가 왔다. 판다의 고향인 중국에서 오는 여행자들은 한국에 온 자국 판다를 만나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을까. 에버랜드는 그저 판다만이 아닌 VR(가상현실)) 등 첨단 IT(정보기술) 기술을 접목한 ‘판다 월드’라는 더 큰 콘셉트의 문화상품을 준비 중이다. 중화권 관광객이 지금보다 늘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쇼핑이 아닌 ‘견학’과 ‘놀이’, 궁극적으로는 ‘한국만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판다는 적어도 그 ‘관광차 동선’에서는 여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한국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가별 관광산업 경쟁력 지수’(세계경제포럼, WEF)에서 우리는 29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지표는 세부 평가항목이다. 자연 및 문화자원은 22위로 조사됐는데, 인프라는 40위, 관광정책 및 여행 여건은 무려 82위로 처졌다. 관광 수지 지표는 심각성을 더 한다. 우리 관광 수입은 2010년 103억2800만달러에서 2014년 178억3600만달러로 늘면서 18위를 기록했지만, 2014년 관광 지출은 194억6900만달러로 무역적자다.

바깥으로 나가는 국민을 잡는 방법이든 들어오는 해외 여행자를 잡는 방법이든 핵심은 콘텐츠다. 쇼핑 문화 외에 우리의 귀한 자연과 문화를 더 좋은 여행 상품으로 구성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