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여행용 ISA·결혼용 ISA 생겼으면…

[우보세]여행용 ISA·결혼용 ISA 생겼으면…

이학렬 기자
2016.03.22 15:05

월급쟁이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월급쟁이가 되면서 들었던 조언은 '월급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라'였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막연하게 '언젠가 결혼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저축했다. 결혼 후에는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고 지금은 아이 교육에 쓸 돈을 모으고 있다. 돈을 쓰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결혼, 주택 구입, 교육 등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때문에 난리다. 은행원이나 증권사 직원을 만나면 안부를 묻기 전에 ISA에 가입해 달라고 할 정도다.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완전판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익률 경쟁도 치열하다. 증권사가 고금리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를 내놓자 은행은 고금리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로 맞불을 놓았다. 자행 예금을 넣지 못하는 은행들은 조금이라고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과 지역 농·축협 정기예탁금도 ISA용으로 준비했다.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ISA에 담아도 혜택이 크지 않는 국내 주식형 펀드나 해외 주식형 펀드도 ISA에 편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수익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매매차익이 비과세고 해외 주식형 펀드는 매매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비과세되는 전용 펀드가 따로 있어 ISA에 넣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증권사의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에는 주식형 펀드가 빠지지 않는다.

수익률 경쟁이 치열한 것은 수익률이 좋아야 가입자 유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는 5월에 첫 성적표가 공개되면 수익률이 좋은 우등 금융회사에 가입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을 꺼렸던 2000만명이 넘는 잠재 고객들도 수익률이 공개되면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치 경쟁과 수익률 경쟁이 치열하지만 금융권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ISA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세제 지원은 개별 상품별로 이뤄졌으나 ISA는 계좌 자체에 대해 이뤄진다. ISA는 여러 상품을 담을 수 있는 일종의 재테크 바구니다. 정부가 ISA를 도입한 이유는 국민들의 포트폴리오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재테크 바구니에 담긴 상품들은 무엇을 위해 바구니를 마련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바구니와 자동차를 사기 위해 준비한 바구니는 다르다. 노후 자금을 담아둔 바구니에는 안정적인 상품이 담겨야 한다. 반면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 준비한 바구니에는 다소 위험하지만 고수익이 가능한 상품을 담을 수 있다. 5년후 수익이 많이 나면 유럽 여행을 가면 되고 수익이 적으면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면 되기 때문이다.

아직 ISA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5년간 적립할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아직까지 5년 동안 돈을 모은 뒤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은행원이나 증권사 직원은 ISA 수익률이 얼마나 좋고 어떤 상품을 편입하고 있는지 설명하기에 앞서 무엇을 위해 ISA에 가입하려고 하는지부터 물어야 할 것이다. 5년간 묵혀둔 돈으로 무엇을 할지 목적이 명확해야 ISA에 가입할 의사가 생기고 어떤 상품 위주로 운용해야 할지 방침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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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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