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충전 인프라 사업에 적극 나서 수익을 내려면 전기차 시장이 선진국처럼 몇 만대 규모는 돼야 합니다. 민간사업자가 뛰어들 만한 시장이 안 되는데, 시기상조입니다".
국내 전기차 전문가들이 정부의 급속충전기 유료화 정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 충전요금 유료화가 이제 막 인큐베이터 수준을 벗어나려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완속충전기에만 물리던 전기차 충전요금을 급속충전기에도 징수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그간 공짜로 충전했지만 오는 11일부터는 kWh당 313.1원을 내야 한다. 유료화 논리의 핵심은 민간이 참여해야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그러려면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논리대로 충전요금을 마냥 무료로 지원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한 유럽(이탈리아 영국 등)의 경우에도 유료(월 정액제)인 경우가 많다. 환경부가 책정한 충전 요금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그리 비싼 편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유럽 선진 시장과 국내 전기차 시장은 차이가 크다. 전기차 천국인 노르웨이는 도로 위에 굴러다니는 전기차가 5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5767대에 불과하다.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인 8000대를 다 채운다 해도 4분1 밖에 안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할 정부가 구매심리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악수'를 뒀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불만이 쏟아진다. 소비자들이 차값이 비싸고 충전이 불편한 전기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유지비(연료값)인데 그런 장점이 사라져 구매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엔 전기차를 이미 산 고객들이 "구매할 때는 얘기가 없었는데 충전요금을 유료화하는 게 어디있느냐"며 항의를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업계에선 이런 이유로 충전요금 유료화 시기를 늦추거나 단계적으로 유료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 업무용 차량이나 택시, 카쉐어링 전기차는 유료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합리적인 현장의 목소리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반영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