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월급날 오후 5시 '쫓기듯 칼퇴근'한 이유

삼성전자, 월급날 오후 5시 '쫓기듯 칼퇴근'한 이유

박종진 기자
2016.04.24 16:50

[기자수첩] "퇴근시간 되자 일하기 힘들 정도로 음량 큰 음악 틀어"

지난주 어느 날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R&D(연구개발) 캠퍼스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오후 5시가 되자 사무실 내에서 난데없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퇴근을 알리는 소리였다.

한 직원은 "더 이상 일하기가 힘들 정도로 음량이 컸다"고도 말했다. 들어가라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직원들은 모처럼 일찍 퇴근했다.

매월 21일, 한 달에 한 번씩 삼성전자 각 사업장에서 비슷한 일은 반복될 예정이다. 이날은 삼성전자의 월급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위해서 불필요한 잔업과 휴일근무를 금지하고 있는데 상징적으로 우선 월급날 하루라도 빨리 보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먼저 세트(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부별로 자율적 시행에 들어갔다.

유사한 형태의 변화들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자발적 참여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비효율적인 근무 분위기, 습관적 잔업·특근부터 없애야 창의적 문화가 생겨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가 최근 컬처(문화)혁신을 선포하고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하고 계획형 휴가 문화 구축, 수평적 호칭 등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지금 산업계 한쪽에서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복에 겨운 조치들로 보이기도 한다.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이 벼랑 끝에 몰려 구조조정의 대수술에 들어가는 마당이다. 삼성전자의 여가 보장 방안은 차라리 축복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시도에서 또 다른 섬뜩함도 읽힌다. 이렇게라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다.

세계는 지금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 시대를 맞아 IT(정보기술) 기업들 간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이 치열하다. 저성장에 매출은 정체되고 중국이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을 맹추격하고 있다.

흐름을 놓쳐 혁신의 기회를 잃어버리면 한순간에 망하는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의 문화 혁신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수년간 계속된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과 계열사 매각도 큰 틀에서는 같은 얘기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못 바꿀 것도 안 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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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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