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불안과 공포에 현혹되지 말자

[기고]불안과 공포에 현혹되지 말자

김철배금융투자협회전무=
2016.07.04 05:26

브렉시트 이후 금융시장 빠르게 안정 찾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확정된 이후 불안하게 흔들리던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24일 3.1% 가까이 하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주 들어 5일 연속 상승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추세 심화,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 등 브렉시트의 여진은 남았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분명 새로운 국제 질서 개편의 신호탄이다. EU는 다른 가입국의 탈퇴 도미노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를 비롯해 자국 우선주의, 보호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인의 입지가 커지면서 이민자 정책을 둘러싼 민족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 각국의 분리 독립 운동도 재점화되는 등 세계는 이미 대격변의 시대를 맞았다.

이 모든 변화는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 상수(常數)로 여겨진 모든 것들이 변수(變數)로 치환된 셈이다. 불확실성의 증대는 필연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리고 불안이 금융시장을 잠식할 때, 공포가 머리를 치켜든다. 이른 바 패닉 셀링(Panic Selling)의 시작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됐을 때 금융투자업계가 긴장한 것도 과도한 투매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새 우리 자본시장은 어지간한 돌발변수에 휘청거리지 않을 정도의 기초체력을 보유하게 됐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브렉시트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때와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형국이 펼쳐진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브렉시트는 어디까지나 정치 이벤트일 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부동산 시장 붕괴와 연쇄적인 금융기관의 부실화 위험도 없고 유럽 재정 위기 때와 같은 단기 자금경색 우려도 없다. 한국처럼 대(對)영국 수출비중(1.4% 내외)이 크지 않은 나라에서 그 영향력은 더욱 미미할 수밖에 없다.

과거 위기가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응급 환자라면 브렉시트는 예기치 못하게 수술 일자를 잡게 된 만성 위궤양 환자에 비유할 만 하다. 충격과 공포가 전혀 없진 않지만 향후 어떤 문제가 있을지 어느 정도 인식 가능하고 브렉시트의 충분한 유예기간(2년)을 통해 충격을 분산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면 이런 객관적인 분석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냉정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아무리 목 놓아 외친들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에 백약이 무효한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자본시장은 브렉시트의 불안과 공포에 현혹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간 겪은 수많은 위기를 통해 우리도 모르는 새 더욱 단단히 벼려진 건지도 모른다.

브렉시트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은 과장된 공포에 휘청거리지 않을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분명 이번 경험은 우리 자본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최소한 우리는 스스로 만든 공포에 갇혀 비이성적인 투매를 일삼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향후에도 과도하게 시장 불안을 조성하는 이벤트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이번 경험을 떠올리며 냉정히 시장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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