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법 집행은 공평무사해야 한다

[광화문]법 집행은 공평무사해야 한다

송기용 산업2부장
2016.07.20 04:30

진시황의 천하통일 기틀을 닦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 상앙(?~ BC 338년). 법가(法家) 사상가인 상앙은 두 차례 변법(變法)을 성공시켜 진(秦)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상앙은 개혁을 통한 부국강병을 역설했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법에 대한 백성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봤다.

상앙이 하루는 큰 기둥을 도성 남문에 세우고 '이 기둥을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금 10냥을 주겠다'는 방을 붙였다. "기둥을 옮겼다고 10냥을 줄 사람이 어디 있어?" 진나라 백성들은 웃으면서 지나쳤다. 다음날 상금을 20냥으로 올렸을 때도, 또다시 하루 뒤 50냥으로 올랐을때도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하지만 지나던 한 사내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기둥을 북문으로 옮기자 관리가 나타나 그 자리에서 금 50냥을 줬다.

이 일화처럼 상앙은 법에 따라 공을 세운 이에게 반드시 상을 줬다. 반대로 잘못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줬는데, 예외가 없었다. 태자가 잘못을 범하자 그 스승의 코를 벨 정도였다. 상앙은 엄격한 법집행 때문에 반발을 샀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진나라는 그의 개혁을 바탕으로 BC 221년, 천하통일을 선포했다.

최근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라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집권 4년차도 중반을 넘어 '레임덕'이 현실화된 영향인지 현 정부 국정 장악력에 구멍이 숭숭 뚫린 모양새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사법집단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7일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첫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88년 서울대 법대 3학년 기절 사법시험에 합격한 진 검사장은 연수원 21기 검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임곤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 등 요직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 근무했고 현 정부 들어서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보직 중 하나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맡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창업주이자 대학교 친구인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을 받아 시세차익 126억원을 올렸다. 100억원대 대박을 거둔 대가로 넥슨에 수사 정보를 흘리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진그룹 사례는 더욱 가관이다. 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한진그룹 계열사에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 용역업체에 100억원대 일감을 몰아주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 탈세 의혹 내사를 빌미로 이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혐의가 사실이라면 진 검사장은 범죄를 척결하라고 부여받은 막강한 권한을 자신과 친인척의 사익추구에 동원한 악질 범죄자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의 명예와 자긍심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대국민 사과가 한가롭게 들릴 정도다.

이래서야 누가 검찰 법집행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대대적인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부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19일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 대표가 롯데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장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상앙 얘기로 돌아가서, 예외없는 법집행을 강조한 상앙은 반란죄 혐의로 사형당하면서 "내가 만든 법으로 인해 내가 죽는구나(作法自斃·작법자폐)"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처럼 법 집행이 국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예외없이 만인에게 적용돼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풍조가 만연해서는 법이 바로 설수 없다. 검찰 역시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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