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촌·어항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어촌은 물고기를 잡고 수산물을 양식하는 어업인들의 삶의 공간이었을 뿐 일반 시민이 여가를 보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푸른 바다와 맛있는 먹거리가 있어 잠시 들르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개는 즐길 거리가 부족한데다 때로 불편하기까지 한 어촌 민박에서 가족과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이렇게 치열한 생산·생활의 현장에 한정됐던 어촌이 최근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어촌에서 낚시는 물론 갯벌체험을 하고, 지역 특산물로 만든 특별한 요리도 맛 볼 수 있다. 칙칙했던 민박은 방마다 샤워시설과 냉난방장치를 구비해 여름밤을 나기에도 문제가 없다. 더불어 여름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다 바람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온 가족이 힐링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정부와 어업인은 어촌이 수산물 생산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정부와 어업인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어촌은 단순히 생산을 넘어 가공이나 유통, 관광 등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우선, 매력적인 어촌관광을 꿈꾸며 어촌체험마을을 조성, 운영했다. 현재 전국 112개소에서 조개 캐기부터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개막이’ 등 다양한 갯벌체험 프로그램과 투명카누 타기 등 해양 레포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요즘은 해녀 어업을 배우거나 즉석에서 차려주는 해녀 밥상을 맛보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방문객들이 안심하고 어촌을 방문하도록 어촌체험마을 등급제를 실시해 경관·서비스, 체험, 숙박, 음식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개인적으로 몇 차례 가 본 바 있는 경기 화성의 백미리는 주로 굴, 바지락을 캐고 살던 곳이었으나, 갈수록 수산물 생산량 감소, 일자리 부족 및 고령화 심화 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면서 이를 극복했다. 망둥어 낚시, 갯벌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김, 미역 등을 가공·판매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어촌계는 65명에서 귀어·귀촌인을 포함하여 124명으로 늘었고, 체험소득은 2009년 9억여 원에서 지난해에는 43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산업의 전초기지였던 어항도 관광, 문화, 상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기능 공간으로 한참 변신 중이다. 예컨대 전남 강진의 마량항은 해안데크와 산책로를 조성하고 주말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다산 초당이나 김영랑 생가 등 인근의 명소도 재조명되고 시장이나 상가와 같은 마량항 부근 상권도 되살아나고 있다.
어촌에 새로운 개념의 산업 형태를 창출하려는 시도도 줄을 잇고 있다. 어촌 6차산업화는 어촌의 1차 산업으로서의 생산 기능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과 서비스 산업도 융복합하는 정책이다. 6차산업화의 일환으로 충남 태안의 대야도어촌체험마을은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셰프와 함께 마을 특산물인 우럭을 활용한 요리를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다. 우리 어촌도 그곳에 가야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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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여름 휴가를 해외 유명 휴양지에서 보내는 대신 가까운 어촌체험마을에서 지내는 건 어떨까? 해양관광포털에서 가고 싶은 어촌체험마을을 검색하고, 숙소도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 가족, 친지와 함께 시골 정취도 느끼고 맛있는 수산물도 맛 보고, 어업인의 굵은 손마디에 맺힌 땀방울과 푸근한 미소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