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끓는 철판 도시’ 옥상 녹화로 식히자

[기고]‘끓는 철판 도시’ 옥상 녹화로 식히자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016.08.19 08:24
한무영 서울대
한무영 서울대

서울이 끓는 철판이 됐다. 지난 15일까지 서울의 8월 평균 기온은 29.7도였다. 기상청이 1907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 한다. 역사적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0.3도가 높단다.

8월초 서울대 강연자로 초청했던 미카엘 크라빅 씨와 대낮의 서울 도심을 걸은 적이 있다. 불판이 따로 없었다. 그는 "빗물 낭비가 폭염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NGO '사람과 물' 회장인 그는 1999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골드만 상을 받은 바 있는 환경 전문가다. 대규모 댐 건설에 반대하며 대안적 방식을 고안했다는 공로였다.

서울이 이렇게 더운 이유가 탄소 배출로 인해 일어난 온난화 때문이라면 답이 없다. 한 도시가 탄소 배출을 줄여서 온난화를 막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도시에 물이 없기 때문에 더 더워진 것이라면 답이 있다. 기화열로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 건물과 도로가 불투수층으로 덮인다. 즉, 흙 대신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도시를 뒤덮는다. 서울시의 경우, 1962년에는 불투수율이 7.8%였던 것이 2010년에는 47.7%로 증가했다.

도시의 빗물은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배수구로 버려진다. 바짝 마른 도시의 표면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8월 초 오후에 서울대 건물 콘크리트 옥상에서 표면 온도를 재니 섭씨 60도까지 올라갔다.

반면, 오목형의 옥상 녹화를 한 서울대 35동의 온도는 섭씨 25도로, 35도나 더 시원했다. 옥상 바로 아랫층은 다른 서울대 건물보다 여름에는 평균 3도 더 시원했고, 겨울에는 3도 따뜻했다.

다시 생각해보자. 서울의 불투수층이 늘어난 만큼, 25도 정도의 풀밭이 줄어든 만큼, 60도로 달궈진 불판이 늘어난 셈이다. 그러니 더울 수밖에. 해결책은 바뀐 지표면의 일부라도 원상복구시키는 것이다.

그중 가장 쉬운 것이 옥상 녹화다. 원리는 간단하다. 물이 기화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특성 즉 기화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숲이나 물가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원리다. 건물의 옥상이든, 도로든,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 모아두면 증발할 때 소모하는 기화열로 도시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옥상을 태양광발전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1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는 1평방미터(㎡)당 최대 230KwH다. 월 500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집 옥상에 주택형(3㎾) 미니발전기를 설치하면 월 13만260원(5단계)에 이르던 전기요금이 2만5590원(3단계)가량으로 10만4670원이 줄어든다. 누진구간을 낮춰주는 덕분이다.

단, 태양광 패널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해소해주진 못한다. 주위와 조화로운 경관을 이루기도 어렵다. 해결책은 태양광 발전기와 텃밭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에 떨어지는 빗물은 깨끗하므로 별도의 처리 없이 통에 모아 텃밭에 뿌릴 수 있다. 태양광 판넬의 높이를 다른 시설보다 1미터만 높인다면, 그 밑에 식물을 키우거나 휴식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서울대 35동 옥상이 그 성공 사례다. 840평방미터에 꽃밭과 텃밭, 연못을 만들었더니 교수, 학생, 지역주민의 소통이 시작됐다. 여기서 키운 감자, 배추는 어려운 이웃과 나눠 먹었다. 덕분에 국제적인 상도 2번이나 받았다.

서울의 옥상을 텃밭 겸 미니발전소로 만들자. 이런 해법이 다른 도시로 퍼지면 원자력발전소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 때문에 불안한 지역민들의 시름도 줄어들 것이다. 불판을 풀밭으로 만드는 옥상은 미래형 도시의 모델이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가까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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